↑ 지난 25일 서울 시내 한 백화점 1층. 평상시 고개들도 가득한 화장품 매장이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한 모습이 눈에 띈다. [사진 = 서주희 인턴기자] |
한 매장에서 손소독제 하나를 집어 들자 옆가게 스카프 사장님이 "이 제품 아주 좋아요. 낱개로 100짜리도 있어"라며 말을 건넸다. 잠시 멈칫 하자 사장님은 "두 달 간 사람들이 이것만 사서 내가 매니저님보다 손소독제 만큼은 전문가야"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코로나19에 화장품 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경제 불황엔 립스틱 매출이 증가한다'는 '립스틱 효과'가 무색하게 매출이 급감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가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전국 310명의 화장품 가맹점주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화장품 가맹점의 48.4%가 전체 매출액의 절반 이상이 감소했다. 전례 없는 불황에 화장품 업계는 돌파구로 '손소독제' 생산에 앞다투어 나섰다.
◆'손소독제 열풍' 로드샵..."매출 1위도 손소독제"
↑ 손소독제 판매를 앞세우고 있는 국내 화장품 브랜드 `네이처 리퍼블릭`. 코로나19 이후 손소독제는 해당 브랜드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았다. [사진 = 서주희 인턴기자] |
기존의 소독제와의 차별화를 노리기 위해 이들은 '보습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보습과 향균을 위해 '알로에', '장미', '카멜리아' 등 다양한 식물성 물질을 추가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것이다.
다양한 형태의 손소독제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업계에서 가장 먼저 손소독제를 출시했던 네이처리퍼블릭은 튜브, 스파우트 형태를 포함한 손소독제를 새롭게 선보였다. 또 접촉을 최소화한 스프레이 형식의 제품과 사회적 거리두기에 참여하는 '집콕족'을 위한 가정용 대용량도 마련했다. 이들은 올해 손소독제에서만 신제품 5종 이상을 출시했다.
다양한 제품 출시와 유통망 확대로 네이처리퍼블릭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손소독제 판매량이 42배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예년과 다르게 색조 제품 판매량은 줄었다. 통상 화장품 업계에서는 날씨가 급격히 따뜻해진 봄시즌에 화사한 색조 제품에 대한 인기가 높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매장 방문이 어렵고 장시간 마스크 착용으로 진한 화장을 피하면서 봄맞이 특수도 노릴 수 없게 됐다. 이에 일부 브랜드는 '마스크에 안 묻는 화장품'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네이처리퍼블릭 이혜경 매니저는 "마스크를 쓰니깐 사람들이 색조 제품을 잘 찾지 않는다"며 "손소독제가 제일 잘 나가고, 다음으로는 기초 제품이 잘 나간다"고 밝혔다.
토니모리 이미혜 매니저도 "요즘 코로나 때문에 각 브랜드 별로 손소독제를 팔고 있다"며 "마스크를 쓰다보니 색조 인기는 확실히 줄었고, 마스크 때문에 트러블 제품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립, 아이 제품은 보통 테스트를 한 후 자기랑 맞는 색을 구매하는 고객이 많은데 요즘은 손으로만 톡톡 만져보고 가는 사람이 많다"고 덧붙였다.
◆ 해외 명품 브랜드...'메이크업·스킨케어' 서비스 중단
↑ 한 해외 유명 화장품 브랜드 매장 앞의 안내문.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해외 명품 화장품 브랜드들은 메이크업·스킨케어 서비스를 중단했다. [사진 = 서주희 인턴기자] |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초청한 시연 행사들도 모두 취소됐다. 바비브라운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메이크업 시연 행사는 모두 줄었다"며 "대신 SNS를 통한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눈썹 왁싱 서비스로 유명한 브랜드 베네피트는 지난 2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함에 따라 브로우바 운영이 일시 중단된다"고 밝혔다. 서비스 재개 시기도 현재까지 미정인 상태다.
외국 명품 화장품 구매율이 높은 면세점 화장품 매장도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화장품·향수는 공항 면세점에서 매출 비중이 가장 큰 품목이지만 최근 면세점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70% 감소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화장품·향수만 판매하는 김포공항 롯데면세점은 코로나19로 공항 이용객이 급격히 줄면서 문을 닫았다. 김포공항의 국제선 운항 편수는 하루 1, 2편 수준이며 이착륙 항공편이 '0'이었던 날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점 사업권 입찰에서 가장 치열한 인
'G' 브랜드 면세점 매장 매니저는 "코로나19 여파가 가장 큰 곳은 공항일 것"이라며 "하루에 손님이 10명 이하로 온 날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디지털뉴스국 서주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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