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소음과 개냄새로 인한 악취, 동물 털로 인한 알러지 때문에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아 먹고 있습니다. 매일 새벽부터 밤 늦은시간까지 온 빌라가 떠나가도록 개가 짖어대고 서로 싸우는 소리에 두통약을 달고 살아요. 수면제를 먹어도 잠이 오지 않습니다"
서울의 한 빌라에 거주하는 A씨는 매일 옆집에서 들려오는 강아지 짖는 소리로 고통을 받고 있다. 특이한 점은 옆집에서 키우는 강아지가 그날 그날 바뀌고 여러 마리일 때도, 한 마리일 때도 있다는 것이다. A씨는 지난 16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옆집에 펫시터가 살고 있다. 본인은 금전적 이익을 보겠지만 피해는 고스란히 이웃 주민의 몫"이라는 글을 올렸다. 또 "다리가 불편해 집에만 계시는 어머니께서는 몇 개월 째 개소리를 듣고 계신다"며 "경찰에 민원 신고를 해도 우리가 참거나 이사를 가라는 방향으로만 얘기한다"고 하소연했다.
전 국민이 기르는 반려견이 부산시 인구(340만명)의 두배 수준인 600만 마리에 육박하며 반려동물과 관련된 갈등도 다양한 모습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아이를 대신 돌봐주는 '베이비시터'처럼 가정에서 반려동물을 대신 돌봐주는 '펫시터(Pet Sitter)'가 늘어나고 있지만 무허가 불법영업으로 인한 이웃 주민들의 피해가 심각하다. 반려동물 돌봄 서비스는 애견호텔과 유치원 등 동물위탁관리업 영업장 등록을 거쳐야 하지만 일반 가정집은 영업 등록이 불가한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28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 591만 가구가 856만 마리의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가구수 기준으로 2018년 대비 80만가구 증가한 수치다. 우리나라 전체 약 2000만가구의 30%에 해당하는 수치다. 10가구 중 3가구는 개나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는 뜻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어나면서 장기간 휴가나 출장를 떠날 때 반려동물을 펫시터 집에 맡기는 가정도 늘어나고 있다. 애견호텔보다 저렴한 하루 3만원의 비용만 내면 펫시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려견 관련 인터넷 카페의 '도우미방 펫시터' 게시판엔 펫시터를 글이 하루에도 꽤 많이 올라온다. 견주와 펫시터를 매칭해주는 중개 애플리케이션도 1만5000여 명이 이용하고 있을 정도다.
문제는 상당수 가정 펫시터 영업이 불법이라는 점이다. 별다른 자격이 필요없기 때문에 가정주부나 퇴직자들이 부업 삼아 펫시터 일에 뛰어드는 경우도 많다. 반려견 카페의 한 회원은 "여행 다녀온 4박5일동안 펫시터에게 반려견을 맡겼는데 돌아오니 피부가 부어있고 악취가 났다"며 "반려견을 쓰다듬어주려고 하니 벌벌 떨고 눈치를 봐서 신고까지 생각했지만 별다른 증거가 없어 하지 못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학생 이모 씨(27)는 "펫시터에게 반려견을 맡기려고 집에 방문해봤더니 펫시터가 원래 키우던 강아지가 사납게 짖어서 돌아왔다"고 말했다.
무허가 영업으로 인한 피해는 주변 이웃이나 견주가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동물보호법에 규정된 동물위탁관리 업종은 애완 호텔, 애완 유치원 등 별도의 영업장을 갖춘 곳이다. 건축법상 근린생활시설(상가)이 아닌 일반가정은 동물위탁관리업으로 등록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불법이다.
경기도에서 애견호텔을 운영하는 이모 씨(36)는 "근린상가에서 정당하게 보증금과 월세를 내며 허가 받고 영업하는 사업자들만 억울한 상황"이라며 "주택에서 펫시터를 할꺼라면 최소한 사업자 등록을 하고 정당하게 영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가정 펫시터는 별다른 관리감독 없이 불법영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일반 가정집에서 펫시터 영업을 하는 건 신고나 민원이 들어오지 않는 이상 먼저 파악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신고가 들어오면 직접 방문해 확인한 후 경고하거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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