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인 여성이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에 선천성 질병이 있는 아이를 낳았다면 이를 업무상 재해로 보고 산재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대법원이 판단했습니다.
태아의 건강손상 또는 출산아의 선천성 질환이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관한 최초의 판결입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오늘(29일) 오전 제주의료원에서 근무했던 간호사 A 씨 등 4명이 "요양급여 신청을 반려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제주의료원 소속 간호사 A 씨 등 4명은 지난 2009년에 임신해 이듬해 출산했는데, 아이들 모두 선천성 심장질환을 갖고 태어났습니다.
실제로 같은 기간 이 병원에서 근무하다 임신한 간호사 15명 가운데 6명 만이 건강한 아이를 낳았고, A 씨 등 4명은 선천성 심장질환을 다른 5명은 유산을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A 씨 등은 알약을 빻는 업무 과정 등에서 산모와 태아에게 치명적인 유해약물에 노출됐다면서, 2012년 12월 근로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공단은 이를 거부했습니다.
결국 소송에 가게 됐고, 1심 재판부는 여성 근로자가 임신 중에 업무 때문에 태아에게 건강손상이 있었다면 근로자에게 발생한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고 A 씨 등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러나 2심은 "선천성 질병은 출산아의 질병일 뿐 근로자인 본인의 질병이 아니므로 업무상 재해로 포섭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고, 대법원은 이를 다시 한 번 더 뒤집었습니다.
대법원은 "임신한 여성 근로자에게 그 업무를 이유로 발생한 '태아의 건강손상'은 여성 근로자의 노동능력에 미치는 영향과 관계없이 산재보험법 제
또 "산재보험법의 해석상 모체와 태아는 '본성상 단일체'로 취급된다"며 "여성 근로자와 태아는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업무상 유해 요소로부터 충분한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판단 배경을 밝혔습니다.
[ 조경진 기자 / nice2088@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