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노원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살인미수, 특수상해)로 구속기소된 최 모씨(59)가 1심에서 특수상해 혐의만 인정돼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 13부(부장판사 허경호)는 지난 29일 피고인 최씨에 대해 "징역 5년에 처하고 압수된 과도 1자루를 몰수한다"고 선고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번 재판은 법리가 복잡해 이례적으로 자정을 넘겨 '1박2일 재판' 끝에 판결이 내려졌다.
검찰은 기소때부터 최씨에게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했고 이날 법정에서도 "미필적 고의라도 살인 범의(범행의 의도)가 충족된다"면서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반면 변호인은 "최씨가 의료진의 사과를 받을 목적이었지 살인 의도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배심원으로 참여한 시민들도 피고인과 증인으로 출석한 피해자 등에게 질문을 던지며 심야까지 진행된 재판을 지켜봤다.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한 건 지난해 10월 24일이다. 최씨는 노원구의 A 대학병원 정형외과 진료실을 찾아 진료중이던 의사 이 모씨에게 과도를 휘둘렀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왼손 엄지손가락이 잘렸고(16주 치료가 필요한 왼손 엄지 중수지골 절단상), 진료실로 달려와 최씨를 제지하던 석고기사 이 모씨는 왼판 팔뚝이 베이고 옆구리가 찔리는 등 치료기간 3주의 상해를 입었다. 최씨는 지난 2014년 의사 이씨에게 손가락 수술을 받았음에도 경과가 좋지 않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항소심 패소에 이어 재심 청구가 기각·각하되자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재판은 28일 오전에 시작됐지만 이례적으로 자정을 넘어서까지 이어지며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검찰은 살인 범의 판단에 미필적 고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봤다. '꼭 의사 이씨를 죽이겠다'는게 아니라 '그러다 이씨가 죽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음에도 칼을 휘둘렀다면 살인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변호인은 왼손으로 의사 이씨의 이두박근을 찌른 후 오른손으로 복부를 가격해 무릎을 꿇린 후 이씨의 사과를 들으려 했다며 살인 의도가 없다고 맞섰다. 이에 검찰은 "피해자 상처는 왼쪽에서 발견됐다. (최씨가) 피해자의 오른쪽 이두박근만 노린게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고 반박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번 재판에서 배심원단은 최씨의 의사 이씨에 대한 살인미수죄 여부에 대해서 7명이 무죄, 2명이 유죄 의견을 냈다. 반면 특수상해죄 여부에 대해서는 9명이 만장일치로 유죄로 봤다. 석고기사 이씨에 대한 특수상해죄 여부는 유죄 7명, 무죄 2명의 의견이 나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상해의 고의를 넘어 미필적으로나마 피해자(의사 이씨)를 살해하려는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선고형을 결정하면서 최씨의 죄질이 매우 좋지 않고 이로 인한 피해자들의 상해가 가볍지 않다며 "피고인에 대한 엄한 실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피고인이 이 사건 각 범행의 사실관계는 대체로 인정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점, 벌금
북부지법 관계자는 "국민참여재판 중에 법리적으로 까다로운 사건이 많지 않다"며 "이 사건은 법리가 까다로워 재판이 끝난 다음 날에야 선고가 내려질 정도로 이례적인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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