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거주하는 A씨는 국내산 덴탈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매일 전쟁을 치르고 있다. 회사 근처 마트에서 마스크를 판다는 소식을 듣고 개점 한 시간 전에 마트를 방문했지만 이미 이날 판매치만큼 서 있는 긴 줄에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A씨는 "퇴근길에도 하나로마트에 전화했더니 판매 10분만에 마감됐다고 하고 국산 덴탈마스크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며 "도대체 마스크를 언제까지 써야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이태원 발(發) 코로나19 집단감염 우려 속에서 이른 더위가 찾아오며 숨 쉬기 힘든 'KF94'보단 'KF80'과 덴탈 마스크 등의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13일부턴 서울 지하철에서도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돼 일부 마트 등에선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는 '마스크 대란'이 재현되는 모습이다.
지난 6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질병관리본부는 코로나 환자나 의료진 등이 아닌 일반인이 예방 차원에서 마스크를 쓴다면 숨 쉬기 힘든 KF94보다 KF80, 덴탈마스크, 면마스크를 착용해도 괜찮다고 밝혔다. 약국과 마트 등에서도 KF80과 덴탈 마스크를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성북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이모 씨(50)는 "요즘엔 날이 더워져서 KF80과 덴탈마스크를 한꺼번에 같이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손님들을 위해 덴탈마스크를 아예 박스채로 팔고 있다"고 밝혔다. 중구의 한 약사는 "약국도 온라인 의약품몰에서 덴탈 마스크를 사서 팔고 있었는데 요즘엔 의약품몰에서도 덴탈 구하기가 어렵다"며 "공적 마스크도 KF94보다 KF80을 찾는 사람이 많은 추세"라고 말했다.
덴탈 마스크는 마트와 온라인몰에서 가격이 2배 이상 급증하고 대부분 품절되는 등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다. 국내산 덴탈 마스크는 일반 온라인 쇼핑몰에선 지난달 50매당 2~3만원대에 판매됐지만 현재 6만원대로 가격이 훌쩍 뛰었다. 어린이용 소형 덴탈 마스크는 7만~8만원까지 가격이 치솟아 학부모들의 부담도 커졌다. 인터넷 커뮤니티엔 "덴탈 마스크를 사러 이마트 트레이더스에 가봤는데 아침 7시에 도착해야 줄을 서서 번호표를 받고 10시부터 살 수 있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특히 국산 덴탈 마스크가 귀해지면서 식약처 인증을 받지 않은 중국산 제품이나 중고나라에 올라온 마스크라도 구매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이모 씨(30) "덴탈 마스크가 숨 쉬기 편한데 대량으로 구하기가 어려워서 중고나라에 올라오는 제품을 거의 판매가와 똑같은 돈을 주고 샀다"고 말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엔 "국산, 수입 고민할 것 없이 품절이 무서워서 일단 결제한다", "국산은 너무 비싸서 중국
이와 같은 현상이 이어지자 덴탈 마스크도 공적 마스크에 포함해 관리해달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지난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내 아이를 위해 덴탈마스크도 공적마스크로 풀어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와 440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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