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곳곳에 국적 불명의 외국어 간판들은 이제 낯선 얘기가 아닌데요, 그 정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길거리, 생활 용품 등 일상 곳곳에 설 자리를 잃어가는 한글의 실태를 심가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서울의 한 고급 아파트 단지 안, '시니어스 클럽'이라는 건물이 눈에 띕니다.
어르신을 뜻하는 시니어에, 모임을 뜻하는 클럽, 바로 경로당입니다.
▶ 인터뷰 : 아파트 주민
- "경로당이라고도 하고, 이제 뭐 예쁘게 신식 말로 시니어스클럽이라고도 해놓고…."
이곳에서 경비실은 서비스 센터, 독서실은 스터디 센터, 휴게실은 헤이미쉬 가든이 됐습니다.
이 곳만이 아닙니다.
버스 하차 벨부터 소방 비상벨, 기저귀 가는 곳까지 곳곳에 우리말 대신 영어가 표기되고 있습니다.
▶ 스탠딩 : 심가현 / 기자
- "서울 대표 전통문화의 거리 인사동도 예외는 아닙니다. 갤러리와 간판 곳곳에 한글 병기조차 하지 않은 곳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 인터뷰 : 크리스티아 / 한국 교민
- "(영어권 국가가 아닌) 어떤 나라에서도 한국만큼 많은 영어를 본 적이 없어요. 저야 고맙지만 좀 놀라워요."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세대는 불편함을 호소합니다.
▶ 인터뷰 : 정내규 / 인천 남동구
- "나이 든 사람이 보면 아주 기분이 안 좋습니다. 전혀 몰라요, 무슨 뜻인지를 모르고…."
현행법상 외국어 옥외 광고물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한글을 함께 적어야 하지만 그 범위가 불분명해 사실상 규제도 어렵습니다.
최근 리모델링을 마친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은 매표소를 'TICKETS'이라고만 표기했다가, 이용객들의 민원으로 뒤늦게 '표 사는 곳'이라는 우리말을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 인터뷰(☎) : 차재경 / 한글문화단체모두 모임 회장
- "제 말글보다 남의 말글(영어)을 더 우러러보는 데 있죠. 언어 사대주의에서 비롯됐다고 봐요. 서로 알아들어야 기능을 하는 건데 사회통합에 방해되고…."
설 자리를 잃어가는 우리말을 지키기 위한 모두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MBN뉴스 심가현입니다. [gohyun@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