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99개 시민단체가 최근 통과된 '국회 앞 100m 집회·시회 금지 유지법'을 두고 "이번 개악으로 국회는 불가침해야 할 성역으로 남게 됐고, 경찰은 무소불위 권한을 휘두를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갖게 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이하 집시법)' 개정안 대안은 앞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국회의사당 앞 100m 집회·시위 금지' 조항을 유지하는 대신 경찰이 조건부 허가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 집시법은 국회의사당, 각급 법원, 헌법재판소 청사 경계에서 100m 이내의 집회·시위를 전면금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8년 국회의사당과 각급 법원 앞 집회·시위 금지 부분이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 같은 결정을 내리면서 지난해 말까지 관련 법을 개정하라고 주문했다. 이번 개정안도 법 개정 시한에서 5개월 가까이 지나 처리된 '지각 입법'인 셈이다.
이번 개정안은 집회 금지지역을 기존 '국회의사당, 각급 법원, 헌법재판소'에서 '국회의사당'으로 바꿨다. 다만 국회 앞에서도 △국회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때 △국회의 활동을 방해할 우려가 없는 경우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 집회·시위를 허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시민단체들은 국회 앞 집회·시위에 대한 원칙적 금지 조항을 유지한 데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성명문에서 "헌재는 집시법 11조가 집회·시위를 일률적이고 전면적으로 금지한다는 이유로 거듭 위헌으로 판단해왔다"면서 "이번 집시법 개정은 이러한 헌재 결정의 취지를 한순간에 무력화했다"고 비판했다. 또 "이번 개악으로 경찰은 집회를 허가하거나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게 됐다"면서 "그동안 국회는 집시법 11조 개정 방향에 대해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은 채 경찰의 목소리만을 들었다"고
시민단체들은 성명문에서 "촛불정부, 촛불국회를 말하지만 정부여당은 주권자인 시민들의 기본권 보호가 아니라 자신들의 기득권 보장이 우선일 뿐"이라면서 "이번 집시법 개악을 규탄하며, 집회의 자유 앞 성역을 없애기 위해 우리는 또다시 모이고 싸울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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