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서울의 한 4년제 사립대를 졸업한 장승연 씨(26)는 요즘 눈 뜨자마자 채용공고를 검색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학부생 때부터 경력 개발과 구직 활동에 전념했지만 졸업 전 취업은 꿈 같은 이야기였고, 가뭄에 콩 나듯 있던 기업 공개채용도 코로나19 확산 후 대폭 줄었다. 장 씨는 "공채는 거의 없고, (취업을 위한) 학원들마저 문을 닫은 상황"이라며 "올해 안에는 (취업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경기침체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기업들의 채용도 감소하고 이에 따른 청년 구직자들의 한숨도 높아지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취업을 준비 중인 청년층(15~29세)은 지난해 5월에도 71만명에 육박했지만, 올해 초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예정됐던 공채와 각종 시험마저 대거 취소돼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일부 기업들이 비대면 면접을 시행하는 등 채용 재개에 힘을 보태기도 했지만, 뽑는 인원에 비해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의 수가 많아 취업 시장에는 좀처럼 활기가 돌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대학을 졸업한 이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 여파로 경력단절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에 이른바 '코로나 세대'라는 자조까지 등장했다. 대학을 졸업했지만 감염병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고, 드물게 열린 공채에서도 경력자나 더 어린 후배들에게 밀릴 세대라는 의미다.
올해 졸업한 이들 외에 다양한 연령대의 취준생들이 몰려있는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의 분위기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 커뮤니티 익명 게시판에는 "나름 고학력·고스펙이고, 매일같이 입사지원서를 작성하지만 오라는 곳이 없다"며 "이러다 계속 놀까 눈물이 난다"는 글이 게재돼 수십 명의 공감을 받기도 했다. 커뮤니티 회원들은 게시물에 공감하면서도 서로에게 위로를 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청년 구직자들이 연봉 등 일자리를 바라보는 '눈'을 낮춰도 여건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는다.
25일 취업 전문 포털 잡코리아가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신입 공채를 준비 중인 구직자 1971명을 대상으로 '취업 시 희망연봉 수준'을 조사한 결과 평균 희망연봉은 2970만원으로, 6개월 전 3050만원보다 80만원이나 더 낮아졌다.
또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현재 구직활동 중인 20·30대 189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6.1%가 '비정규직이라도 취업할 생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있다'고 답했다. 지난 2017년 57.7%를 기록한 것에 비해 20%포인트 가까이 높아진 것.
"눈이 높아서가 아니라, 눈을 씻고 찾아봐도 갈 곳이 없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데도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한 청년 구직자는 "취업을 하는 사람도 없지만, 겨우 (취업을) 한 비정규직 친구들도 여럿 짤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쯤 코로나19가 안정돼서 공채가 많이 열린다고 해도, 같은 조건이라면 한 살이라도 더 어린 지원자를 뽑지 않겠나"라고 탄식했다.
한편 정부는 청년·여성·취약계층 등을 대상으로 공공일자리 55만개를 조성하기 위해 3조5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방침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0일 제4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
공공일자리는 ▲비대면·디지털 일자리 10만명 ▲취약계층 공공일자리 30만명 ▲청년 디지털 일자리 5만명 ▲청년 일 경험 지원 5만명 ▲중소·중견기업 채용보조금 5만명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이상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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