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5만여 명이 응시하는 경찰 순경 공채 필기시험이 오는 30일 예정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시험을 연기하라는 목소리도 거세지만, 경찰청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응시자 행동수칙과 유의사항을 안내하는데 그쳤다. 순경 공채는 오는 30일 치러지는 필기시험을 시작으로 신체·체력·적성검사와 응시자격 심사, 면접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진다.
지난 4월 4일부터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국내 감염병 전파 상황 등을 고려해 한 차례 연기된 바 있다. 이미 미룬 일정을 또 연기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수험생들이 전국 각지로 이동해 시험을 치른다는 특성 때문이다.
순경 공채는 통상적인 자격증 시험 등과 달리 각 수험생이 임용을 희망하는 지역에서 시험을 본다. 부산에 사는 수험생이 인천 지역 내 임용을 원하면 인천까지 직접 이동해 시험을 친다는 식이다.
수험생들의 동선이 길고 복잡해 일일이 추적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지만, 누구와 언제, 얼마나 오랫동안 접촉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단 한 명이라도 있으면 고사장은 물론, 수험생들이 귀가 시 이용하는 고속버스·지하철·기차 등에서도 집단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또 귀가한 후 각자의 집 근처에서 2차 감염이 이루어져 지역 사회로 확산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3일 서울 동양미래대학교에서 치러진 군 장학생 필기시험에서 수험생 A씨는 집단감염이 발생한 부천 쿠팡 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바 있지만, 별도 조치 없이 고사장에 입실해 정상적으로 시험을 치렀다. 스스로 감염 여부를 짐작할 만한 의심 증상이 발현하지 않았고, 또 체온도 36.2도로 측정되는 등 정상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천 물류센터 관련 첫 확진자가 보고된 날은 A씨가 시험을 치고 이틀이 경과한 25일이었다.
A씨와 같은 고사장에만 해도 20명의 수험생이 있었고, 쉬는 시간마다 수많은 수험생이 화장실 등을 오간 것으로 알려져 현재 보건 당국이 예의 주시 중이다.
앞서 경찰청은 이번 순경 필기시험에서 코로나19 확진자를 아예 배제하고, 자가격리자는 예비시험실에서 응시하게 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찰청 인재선발계는 지난 22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시험 중 의심 증상이 발현한 이는 별도 고사장으로 이동시킬 예정이고, 고사장 내 마스크 착용도 강제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응시자는 시험 시행일로부터 14일간 발열, 호흡기 증상 등을 모니터링 해 의심 증상이 있을 시 보건 당국에 보고하라고 요청했다. 사실상 알아서 자가격리를 하라는 의미다.
시험일이 목전으로 다가온 만큼 연기될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수험생들과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지속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누리꾼(cbdl****)은 "당장 위험한 건데 조금 미루면 뭐가 문제냐"며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나오면 그 학교에 있는 수험생들은 강제로 자가격리 되어 체력시험도 못 본다. 그건 누가 책임지느냐"고 탄식했다.
일각에서는 "한 명의 확진자라도 억울하게 나온다면 그 사람의 억울함은 어떻게 풀어줄 것인가"라며 "사람 목숨 하찮게 보지 마라. 당신들이 감독관으로 들어오면 이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8일 기준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전날보다 79명이 늘어 1만1344명으로 집계됐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부천 쿠팡 물류센터에는 이날부터 2주간 집합금지 행정명령이 내려졌다.
[이상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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