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서 누가 갑자기 손만 올려도 놀라서 몸을 피하곤 한다."
직장인 김정아 씨(가명·28)는 몇 해 전 '묻지마 폭행'을 당할 뻔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몸서리를 쳤다.
김 씨는 "퇴근하고 집에 가는데 길 한복판에서 처음 보는 남자가 갑자기 (나를) 때리려고 했다"며 "시민들이 도와주셔서 겨우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범죄인 것은 분명하지만 내가 그냥 옆에 있어서 때리려 한 것인지, 옆에 있는 '여성'이라서 그런 것인지는 좀 모호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이른바 '서울역 폭행' 사건이 발생한 것을 두고 누리꾼들이 단순 '묻지마 폭행'인지, 아니면 '여성 혐오'에서 기인한 범죄인지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해자가 아직 경찰 조사를 받는 중이므로 성급한 판단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입을 모았다.
앞서 가해자 이 모씨(32)는 지난달 26일 공항철도 서울역 1층에서 초면인 여성을 폭행하고 달아났다가 지난 2일 경찰에 붙잡혔다.
이 씨의 폭행으로 피해자는 눈가가 찢어지고 왼쪽 광대뼈가 함몰되는 중상을 입었다.
대낮에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졌다는 점도 그렇지만, 이 씨가 범행을 저지르기 전 자신보다 약해 보이는 행인들을 대상으로 지속해서 시비를 건 정황이 드러나 더 논란이 됐다.
관련 보도가 나오자 일부 누리꾼들은 이 씨의 범행이 여성 혐오 범죄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한 누리꾼(lovi****)은 "(가해자는) 남녀 모두와 부딪혔지만, 그가 팬 건 여자"라며 근거를 제시했고, 다른 누리꾼(gka7****)도 "해 쨍쨍한 한낮에 도심 한복판에서 아무 이유 없이 여성이 폭행당했다. 만만하니까, 때려도 될 것 같으니까 그런 것"이라 지적했다.
그런가하면 해당 사건을 정신이상자의 단순 묻지마 폭행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한 누리꾼(oldi****)은 "여성 혐오 범죄가 아니라, 만만하고 자기가 이길만한 사람한테만 시비를 거는 분노조절장애 범죄다. 성별 갈등을 만들지 말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누리꾼(namb****)도 "아이를 가방에 가두고 7시간 동안 방치한 계모 사건은 여성의 아동혐오범죄인가? 그냥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 묻지마 폭행한 사건"이라며 혐오 범죄가 아니라는데 힘을 보탰다.
논란은 이 씨에 대한 모든 사법절차가 처리되고 수사 정보가 일반에 공개될 때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누리꾼들이 이 씨의 범행을 여성 혐오라 주장하는 까닭은 과거 유사한 전례가 빈번했던 탓으로 보여진다.
국내에서 발생한 흉악범죄의 피해자 중 여성이 더 많다는 점은 통계로 입증된 바 있다.
검찰이 지난해 발표한 '피해자특성 및 피해결과' 통계에 따르면 2018년 발생한 4대 강력범죄(살인·강도·방화·성폭력) 3만5272건 중 피해자가 여성인 경우는 2만9313건으로, 약 83%를 차지한다.
같은 기간 성폭력의 경우 3만2104건 중 피해자가 여성인 사건이 2만8116건이다. 여성이 약 88%로 피해자의 절
'서울역 폭행' 사건의 가해자 이 씨는 현재 철도경찰대의 조사를 받는 중으로, 4일 오후 상해 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진행한다.
그의 엄벌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등장해 사흘만인 4일 오후 4시 기준 1만4960명의 동의를 받았다.
[이상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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