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돼 1년간 수감생활을 하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던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이 2년 4개월 만에 다시 구속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 부회장은 오는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습니다. 최지성(69) 옛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부회장), 김종중(64)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도 함께 구속심사를 받습니다.
이번 구속심사는 검찰과 삼성 양측에게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인 만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됩니다. 검찰로서는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1년 7개월을 이어온 수사가 막판에 흔들릴 수 있습니다. 삼성은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최악의 경영 공백 사태를 다시 맞게 됩니다.
오늘(7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하고 그룹의 지배력을 높일 수 있게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계열사 합병과 분식회계를 계획하고 진행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부회장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주가를 의도적으로 띄우는 '시세조종'에 관여하고 지시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에게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시세조종,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김 전 팀장만 국정농단 재판에서 경영권 승계와 합병이 무관하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과 관련해 위증 혐의가 추가됐습니다.
당초 이 수사는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분식회계 혐의로 고발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검찰은 분식회계가 이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했다는 혐의를 잡고 수사를 확대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해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해 김태한(63) 삼성바이오 사장의 구속영장을 두 차례 청구했다가 모두 기각당했습니다. 이후 보강 수사를 하며 시세조종 혐의를 살피며 수사 범위를 넓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은 2015년 이 부회장이 지분 23.2%를 보유한 제일모직의 주가를 끌어올리고, 삼성물산의 주가를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유리한 합병 비율(제일모직 주식 1주당 삼성물산 약 3주)을 산정했다고 봅니다.
또 삼성 측이 이사회 합병 결의 이후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막기 위해 호재성 공시를 이용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가를 부양했다고 의심합니다.
검찰도 합병 결의 전후 호재성 공시가 집중된 것과 제일모직이 자사주를 대량 매입한 것 자체로 처벌 대상은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목적이 있었다면 시세조종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봅니다.
분식회계와 관련해서는 합병에 따른 회계처리 과정에서 자본잠식 문제가 불거지자, 제일모직의 손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처리 기준을 부당하게 바꿔 4조5천억원의 장부상 이익을 얻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는 합병 당시 삼성 측의 주가 방어가 이 부회장을 위한 것이었고, 시세조종과 분식회계 등에 이 부회장이 직접 관여했다는 것을 검찰이 얼마나 입증하느냐에 달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구속심사에는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의 이복현(48·사법연수원 32기) 부장검사와 최재훈(45·35기) 부부장 검사, 의정부지검의 김영철(47·33기) 부장검사 등 검찰 수사팀 대부분이 투입됩니다.
이 부회장 측은 '특수통' 검사 출신과 판사 출신 변호사 등 10여명이 참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 법률고문인 최재경(58·17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은 뒤에서 지원합니다.
검찰은 1년 7개월에 걸친 수사를 통해 확보한 객관적인 물증과 관련자들의 진술을 근거로 혐의를 입증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최 전 실장 등이 경영권 승계 문제를 이 부회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보이는 미전실 내부 문건 등이 '스모킹건'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앞선 두 차례 소환 조사에서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을 강조하며, 그룹 총수의 지위를 이용해 증거인멸을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구속의 사유로 부각할 것으로 보입니다.
반대로 이 부회장 측은 검찰이 1년 7개월간 수사로 이미 수집할 수 있는 증거는 모두 수집했고, 글로벌 기업 총수인 이 부회장이 도주할 우려가 없다는 점을 들어 구속 사유가 없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큽니다.
아울러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은 금융당국과 법원에서도 판단이 엇갈린 만큼 범죄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반박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시세조종 혐의도 절차상 위법은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또 이 부회장 측은 검찰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기소 여부가 타당한지 객관적 판단을 받기 위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하자,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할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은 이 부회장 측이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을 하기 전에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정했다는 입장입니다. 수사팀이 지난 1일 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보고했고, 윤석열 검찰총장은 2일 보고를 받고 내부적으로 재가를 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부회장 측은 수사심의위 소집 절차가 진행되는 도중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건 수사의 정당성을 객관적으로 평가받기 위해 검찰이 마련한 제도를 스스로 무력화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발부된다면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은 사실상 무의미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기각된다면 '무리한 수사'를 주장해온 삼성 측 입장에 힘이 실리면서 기소 단계에서 변수가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상 기소는 불가피하다고 관측합니다.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구속영장이 기각된 피의자를 검찰이 아예 기소하지 않은
현재 수사심의위 소집 절차는 구속심사와는 별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부회장 측은 지난 5일 수사심의위 회부 여부를 결정할 서울중앙지검 시민위에 부의심의위원회 위원(15명)을 공정하게 선정해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시민위는 15명의 위원 및 예비위원을 선정해 회의 일정을 잡는 중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