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평화의 우리집' 소장 A씨와 관련해 "내 영혼이 파괴되는 것 부여잡고 씨름하느라 우리 소장님 영혼을 살피지 못했다"며 "정말로 미안하다"고 추모사를 남겼다.
윤 의원은 7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나랑 끝까지 같이 가자 해놓고는 그렇게 홀로 떠나버리시면 저는 어떻게 하라고요. 그 고통, 괴로움 홀로 짊어지고 가셨으니 나보고 어떻게 살라고요"라며 추모사를 시작했다.
윤 의원은 최근 벌어진 일을 "악몽이었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2004년 처음 우리가 만나 함께 해 온 20여년을 너무나 잘 알기에 이런 날들이 우리에게 닥칠 것이라고 3월 푸르른 날에조차 우리는 생각조차 못했다"며 "우리 복동 할매 무덤에 가서 도시락 먹을 일은 생각했었어도 이런 지옥의 삶을 살게 되리라 생각도 못했다"고 썼다.
윤 의원은 정의기억연대와 자신 등을 향해 쏟아진 각종 의혹과 관련해 오히려 자신을 위로하며 힘들어했던 A씨에 대한 기억도 떠올렸다.
윤 의원은 "'대표님, 힘들죠? 얼마나 힘들어요' (소장님은)전화만 하면 그 소리를 했다"며 "'나는 그래도 잘 견디고 있어요. 우리 소장님은 어떠세요?'라고 하면 '내가 영혼이 무너졌나봐요. 힘들어요'라고 하고는 금방 '아이고 힘든 우리 대표님께 제가 이러면 안되는데요. 미안해서 어쩌나요'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언론과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윤 의원은 "기자들이 쉼터 초인종 소리 딩동 울릴 때마다, 그들이 대문 밖에서 카메라 세워놓고 생중계하며, 마치 쉼터가 범죄자 소굴처럼 보도를 해대고, 검찰에서 쉼터로 들이닥쳐 압수수색을 하고, 매일같이 압박감, 죄인도 아닌데 죄인의식 갖게 하고, 쉴 새 없이 전화벨 소리로 괴롭힐 때마다 홀로 그것을 다 감당해 내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소장님과 긴 세월을 함께 살아온 동지들을 생각하며 버텼다. 뒤로 물러설 곳도 없었고 옆으로 피할 길도 없어서 앞으로 갈 수밖에 없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버텼다"고 덧붙였다.
윤 의원은 추모사 말미에 쉼터 운영에 매진했던 A 소장에 대한 미안함을 한 번 더 표했다. 그는 "쉼터에 온 후 신앙생활도 접고, 가족에게도 소홀해 오로지 할머니(만 생각해) 명절 때조차도 휴가 한 번 갈 수 없었던 소장님의 숭고한 마음을 너무나 잘 알기에 가슴이 미어진다"며 "외롭더라도 소장님, 우리 복동할매랑 조금만 손잡고 계시라. 우리가 함께 꿈꾸던 세상, 복동할매랑 만들고 싶어 했
윤 의원은 이날 오전 검은색 상·하의 차림으로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평화의 우리집'을 찾았다. 이날 윤 의원이 손으로 입을 막고 흐느끼면서 쉼터 관계자들을 맞이하는 장면이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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