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 채팅 애플리케이션(앱) 강간 상황극 유도 글에 속아 '강간범 역할'을 했다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남성에 대해 검찰이 항소했습니다.
오늘(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검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주거침입 강간 혐의와 절도 혐의로 기소됐다가 혐의를 벗은 39살 오모 씨 사건과 관련해 1심 재판부인 대전지법 형사11부(김용찬 부장판사)에 항소장을 냈습니다.
구체적인 항소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사실오인과 양형 부당을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상황극을 꾸민 29살 이모 씨와의 채팅 내용이나 피해 여성 저항 등으로 미뤄 오씨가 실제 강간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입니다.
1심 재판부가 제시한 무죄 판단 배경에는 '피해자 반항이 크지 않아 (오씨가) 연기로 착각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부분도 거론되는데, 이 사안도 재차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형사전문 변호사는 "강간 상황극이라는 용어 자체가 일반인의 정상적인 범주에서는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할 수 있다"며 "1심대로라면 피고인(오씨) 역시 다른 피고인(이씨)에게 속은 구도인데, 사건 자체가 워낙 특이해 확정판결 전에 유·무죄를 예단하기 힘들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재판부는 강간 상황극을 꾸민 이씨 거짓말에 속아 오씨가 합의로 상황극을 하는 것일 뿐 자신의 행위가 범죄라는 사실을 알기 어려웠다는 이유로 죄를 묻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오씨는 자신의 행위가 강간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거나, 알고도 용인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씨에게 속은 나머지 강간범 역할을 하며 성관계한다고만 인식한 것으로 보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했습니다.
오씨가 단순히 이씨의 '강간 도구'로 활용됐다는 논리입니다.
검찰은 선고 공판 종료 직후 "사안의 성격이나 피해 중대성에 비춰볼 때 법원 판단이 타당한지 의문이 있다"며 항소할 뜻을 밝혔습니다.
애먼 여성을 성폭행
검찰은 이씨에 대해서도 양형 부당 등 이유로 항소했고, 이씨 역시 법리 오인 등을 이유로 항소장을 냈습니다.
항소심은 대전고법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