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북구청이 '전임 구청장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현 구청장 재량으로 전임 구청장에 대한 구상금 회수를 포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울산 북구의회는 지난 22일 윤종오 전 북구청장에 대한 구상금과 소송 비용 일부 면제 청원 안건을 재적 의원 8명 중 5명 찬성으로 통과했다. 북구청이 이를 수용하면서 윤 전 구청장은 손해배상금과 이자, 소송 비용 등 구상금 5억원 중 이미 납부한 1억4500여만원을 제외한 3억5400여만원을 면제받게 된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민주노동당 소속으로 북구청장에 당선된 윤 전 구청장은 코스트코 유치를 위해 구성된 모 사업조합의 건축 허가 신청을 영세 상인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3차례에 걸쳐 거부했다. 하지만 울산시 행정심판위원회가 직권으로 허가를 해 사업이 추진됐다.
조합은 윤 전 구청장의 건축허가 거부로 손해가 발생했다며 북구청과 윤 전 구청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법원은 조합에 5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북구청은 배상금을 지급한 뒤 2016년 7월 윤 전 구청장을 상대로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북구청 30%, 윤 전 구청장은 70%의 책임을 인정했다. 판결 당시 윤 구청장이 내야 하는 구상금은 4억2000여만원이었으나 회수가 지연되면서 5억원으로 늘어났다.
이동권 북구청장은 지난해만 해도 구상금 면제에 대해 대법원 확정 판결에 위배되고, 개인의 구상 책임을 주민 세금으로 떠안게 된다며 거부했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면제 요청이 잇따르고, 북구의회가 면제 청원 안건을 재차 통과하자 수용으로 입장을 바꿨다.
미래통합당 북구의회 의원들은 구청장 결정이 재량권을 벗어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북구청은 당초 구상금 면제 청원에 대해 관계 법령과 대법원 판결 등을 고려해 면제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행정이 일관성 없이 오락가락하는 것은
북구청 관계자는 "구상금 일부 면제 동의한 것은 지방자치법에 따라 북구의회의 청원 채택 의견을 수용한 것"이라며 "채권 면제는 북구의회 청원 채택에 따른 구청장의 재량 행위로 지방자치법에 따른 적법한 행정이고, 법적 책임도 없다"고 밝혔다.
[울산 = 서대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