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지하철 광고판이 훼손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 광고가 새로운 문구로 온라인상에서 재탄생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최근 국제성소수자혐오 반대의날을 기념하기위해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 광고를 게재했다. 광고판에는 캠페인 참가자들의 얼굴 사진을 이어 붙여 만든 '성소수자는 당신의 일상 속에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있었다.
하지만 게재 이틀 후인 지난 2일 오전, 광고가 문구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채 발견됐다. 광고판을 훼손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인정하며 "성소수자들이 싫어서 광고판을 찢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신촌역 아이다호 지하철 광고를 훼손한 사람을 찾아 엄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성소수자도 당신 곁에 있다는 그 말 한마디로도 광고를 북북 찢어버린 혐오자가 내 곁에 없다고 장담할 수 없다"며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시민들은 광고가 임시 철거된 자리에 찾아와 포스트잇으로 '성소수자'라는 문구를 만들었다. 문구 하단에는 다시 한 번 기존 광고 문구인 '성소수자는 당신의 일상 속에 있습니다'를 써 붙였다.
이외에도 각자 하고 싶은 말을 적은 메모지를 붙였다. 시민들이 남긴 메모지에는 "성소수자는 당신의 일상 속에 있다. 광고를 찢어도 존재는 사라지지 않는다", "응원한다" 등의 말이 담겼다.
하지만 이 메모지들 또한 곧 훼손됐다. 함께 붙어 있던 성명서도 떨어진 채 발견됐다.
훼손된 광고는 '성소수자는 당신의 혐오를 이길 겁니다'라는 문구로 온라인에서 재탄생했다. 한 누리꾼이 훼손된 광고에 그래픽 작업을 더해 새 광고를 제작한 것이다. 이 문구가 담긴 이미지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법 한가람 변호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형법상으로 손괴죄에 해당하지만 이 범죄는 특정한 물건 하나를 훼손한 것만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특정한 집단, 즉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증오·편견 등을 동기로 저지른 혐오범죄"라고 분석했다.
이어 "광고 문구인 '성소수자는 당신의 일상 속에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부정함으로써 사회 전체에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 상징 범죄"라며 "헌법에 평등권이 규정돼 있다. 이러한
한 변호사는 끝으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포스트잇을 붙여 다시 광고를 만드는 등 행위는 평등 감각을 훼손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전해 혐오범죄를 방지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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