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강풍'을 몰고 온 태풍 마이삭이 부산을 강타하면서 원전 4기가 가동이 중단되고 사망자도 발생하는 등 피해가 잇따랐습니다.
주차된 차량이 전도되거나 건물 외벽이 뜯겨나가고 4만 가구가 정전되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오늘(3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부산 대표 관측지점인 중구 대청동을 기준으로 순간 최대 풍속 35.7㎧인 강풍이 몰아쳤습니다.
기상관측망이 확충돼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는 1970년 이래 7번째로 강한 바람을 기록했습니다.
대표 관측지점은 아니지만, 서구 등 일부 지역에는 순간 최대 39.2㎧의 바람이 불기도 했습니다.
강풍으로 인해 사망자를 포함해 각종 인명 피해가 잇따랐습니다.
이날 오전 1시 35분쯤 부산 사하구 한 아파트에서 60대 여성 A씨가 베란다 창문에 테이프 작업을 하던 중 유리가 갑자기 깨졌습니다.
이 사고로 A씨가 왼쪽 손목과 오른쪽 팔뚝이 베이면서 다량의 피를 흘렸고, 병원으로 급히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오전 2시 6분쯤 숨졌습니다.
A씨는 태풍으로 인한 전국 첫 사망자로 알려졌습니다.
해운대 방파제에서는 파도에 휩쓸린 50대 남성이 골절상을 입었고, 편의점의 흔들리던 시설을 고정하는 것을 도우려던 60대 남성이 시설물이 쓰러지며 기절해 병원으로 옮겨지는 일도 있었습니다.
깨진 유리창에 발을 다치거나, 40대 여성이 물에 빠졌다 구조되는 등 경찰 추산 부상자는 12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시설물 파손도 잇따랐습니다.
어제(2일) 오후 11시 32분쯤 남구 한 건물에서는 외벽이 붕괴해 주차된 차량이 파손되는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동래구 온천동 한 건물도 벽체 일부가 뜯겨 나갔고, 강서구 한 건물 외벽 철판이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동구 수정동 교차로에는 가건물 형태의 이동식 집이 도로에 나뒹굴고 있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해운대구 장산로에서는 길이 40m의 철재 구조물이 도로 위로 쓰러져 도로가 전면통제됐고, 동서고가로에 있는 높이 5m 구조물도 일부 파손됐습니다.
사하구에서는 크레인 1기가 강풍에 파손됐고, 기장에서는 도로에 주차된 차가 강풍에 의해 전도되기도 했습니다.
해안가 고층 아파트 주민들은 강풍에 "건물이 흔들린다"며 밤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고리원전 원자로 4기의 운영이 중단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이날 0시 59분 신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신고리 2호기, 고리 3호기, 고리 4호기가 순차적으로 멈췄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는 발전소 밖 전력계통 이상으로 추정하고 상세 원인을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원자로 정지로 인해 외부에 방사선 영향은 없으며, 정지된 원자로는 안전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정전사고도 속출했습니다.
오전 5시 기준 부산 전체 4만4천363가구가 정전됐고, 복구는 3천245가구에만 진행돼 복구율은 13.6%에 머물고 있습니다.
부산진·동구 권역에 1만3천여 가구, 동래·금정·연제 7천400여 가구, 해운대·수영·남구에 6천500여 가구, 기장군 2천여 가구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수돗물을 고지대에 끌어올리는 가압장 펌프에 전기 공급이 끊기면서 단수가 발생한 지역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해 우려가 있는 9개 구·군 144가구 주민 266명은 태풍 상륙전 사전 대피를 해야 했습니다.
9개 구·군은 사하구, 동구, 북구, 남구, 서구, 부산진구, 동래구, 수영구, 강서구입니다.
침수·산사태 우려 지역과 노후 건물, 경사지에 사는 주민들입니다.
부산에는 36곳의 도로가 통제되고 있습니다.
동서고가로가 전면 통제됐고, 거가대교, 광안리 해안도로, 마린시티1로, 덕천배수장, 수관교, 광안대교, 을숙도 대교(컨테이너 통제) 등도 통행이 차단됐습니다.
부산∼김해 경전철과 경부선, 동해선 등 열차도 일찌감치 운행이 중단됐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