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가천대 길병원에서 고관절 골절 수술을 받은 장모가 병원측의 늑장대응으로 급사했다는 사연이 전해지면서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특히 청원 글을 올린 60대 A씨는 지난 2017년에도 같은 병원에서 동생이 여섯 시간 넘게 응급수술을 대기하다가 수술이 가능한 의사가 없다고 하여 뒤늦게 다른 병원으로 후송된 뒤 아슬하게 생명을 건진 적도 있어 병원 시스템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3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대학병원(상급종합병원)에 병고치러간 장모님이 시신으로 돌아왔습니다'라는 청원이 게재됐다.
인천에 거주하는 60대라고 밝힌 청원자 A씨는 "지난달 7일 고관절 골절로 응급 입원을 하여 병원에서 수술을 받으셨고 주치의로부터 수술이 잘 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그럼에도 환자인 장모가 계속 복통을 호소했고 소화불량으로 구토까지 하게 됐으며, 3일이 넘게 배변활동을 못했다"고 설명했다.
환자의 지속적인 통증 호소에 수술 후 사흘뒤인 10일 밤 11시경 보호자에게 CT촬영 동의서를 전화통화로 설명했다. A씨는 "환자가 위급한지를 물었으나 CT촬영 오더가 늦게 나와서 그렇고 위급한 것은 아니다며 환자 본인이 서명할 정도로 정정하시니 오지는 않아도 된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튿날인 11일 새벽 CT촬영 후 판독결과를 기다렸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결과 통보가 늦어졌다. 그 사이 환자는 지속적인 통증을 호소했고, 변비약 3번 투여와 관장을 2번 실시했으며, 체온 급증과 심한 오한을 겪었다. 결국 같은 날 환자는 4번의 심폐소생술 끝에 한 마디의 유언도 남기지 못하시고 싸늘한 주검이 되었다.
A씨는 "국과수 부검 결과, 장모님이 돌아가셨을 당시 장기는 파열되어 있었고, 복부 안에 오물이 가득차 있었으며 또한 500㎖의 피가 고여 있었다는 소견을 듣고 얼마나 고통을 받으셨을까라는 생각에 치를 떨었다"면서 "정형외과 수술 직후부터 내내 복통을 호소하셨는데, 장기가 터져 죽음에 이르기까지 방치되어야 했던 상황을 어느 누가 납득할 수 있냐"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병원 의료진은 첫 수술 며칠 뒤 새벽 3시경에 장모님의 위험을 감지했고, 담당의는 다른 환자들을 검진해야한다는 절차상의 명목으로 저희 장모님을 무려 15시간 동안 의료적으로 방치했다"면서 의료 사고임을 강조했다.
A씨는 인천 가천대 길병원에서 동생마저 잃을 뻔했던 사연도 털어놨다.
A씨는 "2017년 12월 1일 인천 모 외과에서 장 내시경을 받다 장 천공으로 응급수술이 필요한 제 동생이 길병원으로 후송된 뒤 수술을 위한 검사를 여섯 시간 받고 대기하다가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없다고 하여 뒤늦게 다른 병원으로 후송됐고,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떻게 서해권역 응급의료센터에서 평일 오후에 수술할 의사가 없다고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라고 할 수 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병원측은 “당시 환자(55세,여)가 응급실 방문 후 진행한 검사에서 수술이 필요함을 설명하고 그 시각 외과 의사 수술 중인 상황이어서 대기 시간이 필요함을 설명드렸으나 당장 수술을 원하신고 해서 수술이 가능한 부천 지역 병원으로 전원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유가족과 병원 측은 현재 환자의 사망 책임과 보상문제를 놓고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A씨는 "인천에서 제일 큰 규모를 자랑하고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받아 높은 인지도는 얻게 되었지만 늘 이러한 문제로 지역사회에 원성을 받고 있다"면서 "이와 같은 일을 겪어도 피해자보다 의료기관에 유리하게 작동하는 사회의 어긋난 구조로 법리적 공방을 이겨낼 재간이 없어 무기력하게 당해버리는 피해자들의 사례는 차고도 넘친다"고 토로했다.
한편 가천대 길병원 측은 입장문을 내고 유가족에게 위로를 전하면서도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반대의 주장을 펼쳤다.
병원 측은 "사망과 관련하여 유족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환자 가족들의 주장에 대해 지금까지 성의 있는 자세로 사안에 대처하고 있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병원 측은 '새벽에 응급으로 CT촬영을 했는가'에 대해서는 "CT촬영이 처방된 것은 10일 오후 9시15분이며, 이후 오후 11시 보호자에게 촬영 사실을 알리고, 조영제가 들어가는 촬영이라 금식 시간을 고려해 오전 1시47분 촬영한 것으로 확인되었다"며 "주간에는 외래 예약 환자들의 검사가 진행되는 대형병원 환경 상 통상적으로 입원환자 CT는 야간에 이뤄지고 있으며 환자는 응급상황에서 급하게 이뤄진 검사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CT판독이 늦어져 환자가 사망에 이르렀다'는 유가족의 주장에 대해서는 "CT 검사 결과가 판독된 시각은 11일 오후 4시28분이나, 야간 검사 후 주치의가 검사 결과를 확인했고, 11일 아침 주치의가 방문해 환자 상태를 확인했을 때 식사가 가능한 정도여서 아침, 점심까지 죽으로 식사했다"면서 "오후에 CT 판독 후 외과 협진 의뢰되었으며, 외과 의료진은 CT 촬영 결과 및 해당 시각 환자 컨디션(통증 정도) 판단에 따라 수술 필요성이 있어 준비하던 중 환자 심정지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가족 측은 "오전에 환자 상태를 확인했을 때는 육안으로 주치의가 판단한 것에 불과했고, CT 촬영에 대한 확실한 판독 뒤 음식을 제공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사망후 병원의 대처 미흡여부'에 대해서는 "환자 사망 후 사위(청원인)께서 저희 기관 동문이시라 병원 부원장 등이 장례식장을 방문해 조문하였고, 이후 청원인의 사무실로 병원장과 부원장이 직접 방문하는 등 환자 사망에 대한 위로와 애도의 뜻을 표해왔다"면서 "현재 유족측의 요구로 부검을 한 상태로
이에 대해서도 유가족 측은 "병원측이 유가족 대표에게 사과했다고 하나 그 사과는 전체 유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한 것이 아니고 병원 대표의 진심어린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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