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가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파업의 정당성을 알리기 위한 게시물을 올렸다가 되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연구소 측은 논란이 일자 게시물을 일부 수정했다가 결국 삭제했으나, 누리꾼들은 계속해서 해당 게시물의 패러디를 제작하며 비판을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 1일 연구소 측은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정부와 언론에서 알려주지 않는 사실: 의사 파업을 반대하시는 분들만 풀어보세요" 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렸다. 이 글은 의료계가 '4대 악'이라고 명명한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의사들의 입장을 홍보하기 위해 제작됐으나, 곧바로 학력 차별, 지방 멸시, 공공성 혐오 및 여성 차별 등을 담고 있다는 논란에 직면했다.
가장 큰 문제가 된 부분은 "당신의 생사를 판가름 지을 중요한 진단을 받아야 할 때, 의사를 고를 수 있다면 둘 중 누구를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선택지였다. 보기 A는 "매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학창시절 공부에 매진한 의사", B는 "성적은 한참 모자라지만 그래도 의사가 되고 싶어 추천제로 입학한 공공 의대 의사"였다.
이 외에도 가족이 위급한 수술을 받아야 한다면 누가 수술을 해주길 원하느냐는 세 번째 질문에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지방의 공공 의대에서 수술은 거의 접하지 못한 의사"가 보기로 등장했고, "폐암 말기로 당장 치료제가 필요한 생명이 위독한 A씨, 생리통 한약을 지어 먹으려는 B 씨, 둘 중 건강보험 적용은 누구에게 되어야 할까요?"라는 문항에서는 눈꼬리가 올라간 안경을 쓴 여성과 백발의 눈물 흘리는 남성을 등장시켜 대조적 이미지를 부각했다.
이를 두고 누리꾼은 '천박한 엘리트주의'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tktl****)은 "어차피 국가고시 통과해야 면허 나오는데 학창시절 성적이 무슨 의미냐"는 일침을 가했고, 또 다른 누리꾼(xhfl****)은 세 번째 질문 보기를 두고 "공공 의대 정책 맥락을 아예 헛짚은 것 같은데. 그렇지 않고서야 저런 보기를 낼 수가 있느냐"는 댓글을 남겼다. "굳이 여성에게 표독스러워 보이는 뾰족 안경 씌우고 울고 있는 말기 암 환자 끌고 온 거 너무 여성 차별적"(song****)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분노한 누리꾼들은 직접 패러디 버전을 제작했으며 이는 온라인상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가장 많이 패러디된 1번 문항의 경우, "마취 후 성폭행하는 의사", "리베이트 받아먹고 대리 수술 맡기는 의사", "의료 사고로 환자가 여러 번 사망했지만, 면허 유지하는 의사", "풀컨디션 최대집(현 대한의사협회 회장)" 등이 선택지로 주어졌다. 또 다른 버전에서는 "학창시절 공부에 매진하느라 이제는 보상을 좀 받고 싶은 의사", "다년간의 집도경험으로 단 한 번의 의료사고도 없었던 의료기 영업사원", "849회 수술 경력으로 의료사고 0건의 간호조무사" 등이 보기로 등장했다.
그뿐만 아니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의사들의 집단휴진을 '의료테러'이자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칭하는 국민청원이 등장하기도 했다. 해당 청원은 2만5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또, 리얼미터가 지난 1~2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의사단체 파업에 대한 공감도를 조사한 결과 '비공감'이 55.2%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공감'은 38.6%, '잘 모름'은 6.2%였다. 이 조사는 오마이뉴스 의뢰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
다만 일각에서는 "뭐가 문제냐"는 반응도 나왔다. 한 누리꾼(arch****) "당장 내가 말기 환자면
논란이 확산하자 연구소 측은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고 "의대 증원 및 공공 의대 문제에 대해 쉽게 풀어쓰고자 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표현으로 불쾌감을 드린 것 사과 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연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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