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국어대 4학년으로 재학 중인 유은주 씨(24)는 요즘 아침잠에서 깨자마자 스트레스를 받는다. 올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확산에 채용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공개채용은커녕 인턴 모집 공고조차 찾아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유씨는 "항상 주눅 들어 있고 자존감도 떨어져 있다. 대학 4년 동안 정해진 커리큘럼에 맞게 공부해온 것뿐인데 왜 '쓸모없어진 사람'이란 느낌이 드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근 매일경제가 만난 20대 취업준비생들은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를 겪은 세대는 아니지만 그 때 선배들이 겪었던 것 이상의 위기감과 절망감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우울증을 겪는 20대, 극단적 선택을 하는 20대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일주일이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강화되면서 취준생들은 공부할 곳을 찾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 스터디카페, 프랜차이즈 카페, 독서실 모두 이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유씨도 마찬가지다. 유씨는 "집 안에 머물면 더 우울해지는 기분이 들어 노량진 스터디 카페나 집 주변 독서실에 다녔다"며 "2.5단계로 강화된 후엔 모두 문을 닫아 서래마을에 있는 작은 개인 카페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상반기에 제 주변 동기, 선배들로부터 '취직이 됐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공기업은 의무적으로 인턴 등을 뽑긴 하지만 사기업은 사실상 전무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유씨도 부모님에게 최대한 부담을 드리지 않으려고 알바를 한다. 재택근무가 가능한 알바인데 유씨는 "알바를 하는 날은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그 일만 해야 한다. 힘들지만 돈을 벌어야 취업 준비도 할 수 있어 어쩔 수 없다"며 웃었다.
지난 2017년 지방 소재 대학을 졸업하고 3년째 공기업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이우준 씨(29)도 올해 초부터 8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 사태로 불안하고 초조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특히 이씨의 가장 큰 고민은 낮아진 자존감이다. 원래 이씨는 기본적인 생활 유지를 위해 서비스업 알바를 취업 준비와 병행해왔다. 하지만 최근 사회적 거두기로 인해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이 늘면서 결국 다니던 알바도 그만두게 됐다.
이씨는 "집에서도 눈치가 보이고 친구를 만날 기회가 생기면 아무래도 금전적 눈치도 보게 된다.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를 꺼리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길어진 취업 준비 생활에 스트레스도 엄청나지만 이씨는 "스트레스를 푸는 법도 까먹은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는 김모씨는 아직 취업을 준비할 시기는 아니지만 워낙 힘들다는 주변 선배들의 경험담을 듣고 내년에 여성 육군학생군사학교(ROTC) 지원키로 했다. 김씨는 "장교로 군복무한 경험을 높게 평가하는 기업들도 있어 ROTC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여군 생활을 계속 하는 방법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
강원대 이공계열을 졸업한 송 모씨(24)는 "시국이 시국인지라 교육과 취업이 연계되는 프로그램 공고도 거의 뜨지 않고 있다"며 "취업난 때문에 대학원에 진학해야 할 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대를 졸업하고 4년동안 경찰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는 이 모씨(27)는 "코로나로 인해 지방 출신 학생들은 공무원 시험으로 몰리고 있다"고 증언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4학년에 재학 중인 이 모씨(24)는 "졸업자격을 갖추기 위해 스페인어 자격시험을 봐야 하는데 시험이 계속 취소되고 있어 혹시나 내년 2월에 졸업을 못하게 될까봐 걱정"이라며 "본격적인 취준은 다음 학기부터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집에서 화상과외를 하며 생활비도 벌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직 시험에 합격해도 좁은 취업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는다.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해 회계법인 입사를 희망하고 있는 신 모씨(28)는 "코로나로 합격자 전형이 없어지고 설명회와 오피스 투어 등에 제약을 받게 되면서 법인에 대한 정보를 얻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약사 국가고시에 합격한 강 모씨
[차창희 기자 / 박윤균 기자 /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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