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두 형제가 엄마없이 집에서 라면을 끓여먹으려다 중화상을 입고 중태에 빠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16일 인천 미추홀소방서에 따르면 A군(10)과 동생 B군(8)은 지난 14일 오전 11시 10분께 미추홀구 빌라에서 라면을 끓여 먹다 화재를 일으켰다.
형제는 4층 빌라 중 2층에 있는 집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채 119에 화재 신고를 했지만, 워낙 다급한 상황이어서 집 주소를 말하고는 "살려주세요"만 계속 외쳤다.
소방당국은 A군이 말한 빌라 이름이 같은 동네에 여러 곳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자 휴대전화 위치 추적 끝에 화재 장소를 파악하고 진화 작업을 벌여 10분 만에 불길을 잡았다.
그러나 이미 형제는 전신에 화상을 입는 등 크게 다쳐 서울 한강성심병원으로 이송됐고, 현재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군은 전신 40% 화상을 입었고, B군은 5% 화상을 입었지만, 장기 등을 다쳐 위중한 상태다.
형제는 평소 같으면 학교에서 급식을 기다려야 할 시간이었지만 이날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학교가 비대면 수업을 진행한 날이어서 스스로 끼니를 해결하려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머니와 함께 사는 형제는 기초생활 수급 가정으로 경제적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매달 수급비, 자활 근로비, 주거 지원비 등 160만원가량을 지원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형제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박남춘 인천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시와 구가 할 수 있는 긴급조치를 찾도록 지시했다"면서 "부서나 담당자를 가리지 않고 모든 지원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미추홀구는 형제 치료를 위한 의료비 300만원을 지원하고, 미추홀구 공무원 사랑나눔 1%를 통해 모은 50만 원과 학산나
한편,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형제로부터 어머니를 격리시켜달라며 청구한 보호명령이 법원에서 기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화재 원인 조사 이후 어머니로부터 자녀 학대 등의 사실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할 예정이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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