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에 아이들 데리고 나가기도 어렵고 5일 내내 집에서 게임만 하게 둘 것 같아요."
두 자녀를 둔 직장인 김주현씨(44·가명)는 다가오는 추석 연휴가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5일이나 되는 긴 연휴 내내 집에서만 아이들과 지내게 돼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지 고민이다. 코로나19로 시댁에 내려가지 않게 됐지만 바깥 외출마저 제한되며 긴 연휴를 집에서 어떻게 슬기롭게 보낼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김씨는 "연휴 내내 아이들은 유튜브 보고 게임만 하고 있을 것 같다"며 "추석에 아이들에게 프로게이머, 유튜버 꿈만 키워줄 것 같다"고 허탈하게 웃었다.
코로나19 확진자수가 좀처럼 줄지 않아 추석 연휴에 바깥 외출을 삼가고 집에만 머무르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집콕족'은 긴 연휴동안 집에서 할 취미를 찾아나서는 한편, 아이를 둔 부모들은 어떻게 아이들의 무료함을 달래줄지 고민에 휩싸였다.
서울시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9~20일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추석 연휴 계획을 설문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서울시민 4명중 3명이 연휴 내내 서울에만 머무르겠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39%는 외부활동 계획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1박 이상 다른 지역을 여행할 계획이라고 답한 시민은 5.6%, 당일치기 근교 나들이 계획이 있는 시민은 19.2%였다. 이는 지난 추석 대비 각각 31.6%포인트, 33%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집콕족은 연휴를 보내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꼽았다. 대학생 정민경 씨(23)는 "예년 추석에는 친척집에 가족들이 모두 모여 시간을 보냈지만 올해는 조촐하게 가족들끼리 집에서 보내기로 했다"며 "밀린 드라마를 보거나 넷플릭스를 보며 쉴 예정"이라고 말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구 모씨(37)도 "아이가 핸드폰으로 유튜브 보는 걸 제일 좋아한다"며 "연휴동안 보여줄 수 있는 아동용 유튜브 방송을 미리 찾아보고 있다"고 했다.
새로운 취미 개발에 나선 시민들도 있다. 직장인 김 모씨(26)는 "재택근무를 하는 날이 많아지며 유튜브 요리 방송을 보고 종종 해먹게 됐다"며 "이번 추석에도 집에 머물며 그동안 시도해보지 못한 레시피에 도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이지민 씨(29)는 "코로나로 밖에 나가지도 못해 뜨개질을 취미로 시작했다"며 "추석 연휴동안 수세미를 떠서 지인들에게 선물로 나눠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능을 코앞에 앞둔 고3 수험생들은 추석 연휴기간 비대면 수업 등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며 보낼 예정이다. 학구열이 높은 서울 대치동과 목동 학원가들은 이미 추석 특강 수강생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부분 학원에서 하루 3~4시간에 달하는 국어, 영어, 수학 등 주요과목 특강부터 수시 면접, 논술 대비 특강을 연다고 공지하고 있다. 수험생 김혜지 씨(18·가명)는 "등교를 못해서 공부에 집중력이 떨어졌는데 추석 쉬는 날을 활용해 온라인 특강을 들으며 보충하려 한다"고 했다.
도시 간 이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지만, 시댁이나 친가에 가지 않는 대신 바닷가로 캠핑을 떠나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로 강화도와 동해 유명 캠핑장은 추석 연휴 기간 예약이 꽉 찬 상황이다. 강화도
[김유신 기자 /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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