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강력범죄 사상 최악의 장기미제사건으로 남아온 1980~1990년대 경기도 화성일대에서 주로 발생한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에서 당시 경찰의 '부실수사'를 들추는 이춘재의 증언이 나와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춘재는 지난 2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이춘재 8차 사건 재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이 당시 화성과 청주에서 벌어진 14건의 살인을 모두 저질렀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이 춘재는 "나도 내가 왜 안잡혔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범행을 저지른 뒤 특별한 증거 은폐행위 등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경찰이 수사를 제대로 했다면 자신의 범행이 들통났을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는 "유명한 경찰 수백명이 왔다 갔는데 조금 지나면 싹 빠져나가고 그런식으로 수사가 진행돼 보여주기식 아니었나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노태우 대통령은 신속한 수사를 경찰에 지시했고 이 사건에 연인원 200만명 이상을 동원해 철저히 수사했다고 발표했다.
이춘재는 "한번은 한 피해자의 시계를 갖고 다니다가 검문에 걸렸다"며 "주민등록증을 갖고 있지 않아서 파출소에 갔는데도 신분 확인만 하고 끝났다"고 폭로했다. 시계에 대한 질문도 있었지만 주웠다고 하니 더는 묻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춘재는 또 1986년 1월 군대에서 전역한 뒤 같은 해 9월 첫 살인을 저지르기 전까지 강간 범행을 해 용의자로 경찰 수사를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이춘재가 강간 범행으로 처벌받았더라면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이 벌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지만, 그는 경찰서에서 한차례 조사를 받은 뒤 풀려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춘재가 검문당한 사례와 살인 전 강간 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내용 등은 이번 재판을 통해 일반에 처음 알려졌다.
앞서 경찰은 재수사 과정에서 "과거 경찰이 이춘재를 용의자 신분으로 수사한 적은 없지만, 연쇄살인 사건과 관련해 3차례 조사하면서 혈액형과 족적이 다르다는 이유 등으로 풀어준 사실이 확인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 현장에서 확보한 혈액형과 족적이 이춘재의 것과 다르게 나온 이유는 지금과
[이상규 기자 boyondal@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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