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근무하는 파출소에 올해 1월부터 10월 31일까지 신고 들어온게 8600여 건이다. 다 처리했다. 그런데 이중에 우리가 처리하지 않아도 되는 주취자 집에 보내고 오물투기 단속하는 등의 일이 4000여 건이다. 가정폭력으로 칼들고 사고나는 건 처리하는데 1시간 걸린다면 저런 자치단체가 해야 할 일 처리하는데는 2시간 걸린다. 경찰관들 정말 똥도 못싸고 일한다" - 성남시 근무 A 경위
3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자치경찰제 도입방안 논의를 위한 국회토론회'는 아수라장이 될 뻔 했다. 일선 치안 현장에서 밤샘근무를 밥먹듯이 하고 있는 경찰관들의 이야기는 하나도 듣지 않은채 자치경찰제가 추진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권영환 경남의령경찰서 직장협의회대표는 "택배원 자살로 온 나라가 이렇게 시끄러운데, 경찰은 올해만 벌써 26명이 죽었다. 직무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다. 예산과 인력 증원 없이 자치사무까지 떠안으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자치경찰이 앞으로 지자체장 지휘를 받으면서 로드킬, 오물투기단속, 노숙자·행려병자 단속 등 자치단체가 해야 할 일까지 처리하라고 하면 어떡하느냐"고 비판했다.
문제의 핵심은 지난 8월 4일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경찰법 전면개정안 제4조에 있다. 법안에는 자치경찰의 사무가 열거되어 있는데, 이 내용 가운데 상당 부분에 대해 일선 경찰관들이 납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지역 내 노숙인 주취자 행려병자에 대한 보호조치 관련 업무', '주민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사회질서의 유지 및 그 위반행위의 지도 단속', '그 밖에 지역 주민의 생활안전에 관한 사무' 등을 자치경찰의 사무로 규정하고 있는데 현재 실질적으로 경찰관들이 수행하고 있는 업무라고 하더라도 이는 경찰관 업무의 본질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일선 경찰관들은 오히려 "저런 업무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일하는 일반 공무원들이 해야할 업무"라고 말한다. 특히 자치경찰제가 현재 논의되고 있는 김영배 의원 대표발의안 대로 확정돼 시행되면 앞으로 인사권을 가진 자치단체장의 지휘를 받게 되고, 자치단체 조례로 업무를 결정하게 되므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경찰 본연의 업무 보단 생활 편의를 위한 민원 해결 업무에 더 많이 동원될 것이라는 우려다.
경찰청 차장 출신 더불어민주당 임호선 의원도 "나도 앞으로 행안위에서 (여당과)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서 "작년 말에 경찰 현직에 있을 때 추진하던 안과 지금의 자치경찰제 안은 너무 많이 달라졌다."고 비판했다. 반면 김순은 자치분권위원회 위원장은 "업무배분이든 인력문제든 자치경찰이 되면 오히려 현장에서 가깝기 때문에 해결이 쉽다"고 말했다.
김창룡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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