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충남 천안에서 여행용 트렁크에 감금됐다가 끝내 숨진 9세 남자아이의 소식은 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다. 같은 달엔 9세 여자아이가 쇠사슬에 묶여있다가 가까스로 탈출했던 아동학대 사건이 드러나 역시 국민의 관심을 집중받았다. 그럼에도 최근 서울 양천구에서 16개월 영아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안타까운 사망사건이 끊이지 않는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서 "위기아동 파악제도를 잘 살펴보라"고 지시하고 아동복지법·민법 개정을 추진하는 등 대응에 나섰음에도 상황이 별반 나아지지 않았단 비판도 거세다.
18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아동학대 대응체계 개편으로 지자체의 조사 업무 등 역할이 확대됐으나, 최근 서울 양천구에서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아이 등 여전히 많은 피해 아동이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새로운 대응체계는 기존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수행하던 조사업무를 지자체로 이관하고 전담 공무원을 두도록 했다.
관계자들은 아동학대 대응 체계가 신속하게 개편됐다면 더 많은 아이들을 구할 수 있었을 거라고 입을 모은다. 사건이 발생한 양천구청 관계자는 "피해 아동 사망 사건이 발생한 10월 13일이 구청 측 공무원이 해당 사건에 투입된 첫 날이었다"며 "법 개정이 빨리 이뤄졌다면 아동이 사망하기 전에 구청에서 피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담 공무원 마련 등 아동학대 조사의 공공성이 강화됐으나 갑작스러운 변화로 현장 관계자들은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모 자치구의 아동보호 업무 관계자는 "사회복지 업무만 하던 공무원이 갑자기 아동학대 조사에 투입돼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이 많다"며 "기존에 조사업무를 담당하던 민간기관 선생님들과 함께 조사를 수행하는 과도기 단계"라고 말했다.
경찰과 조사기관 등의 소극적인 자세도 도마 위에 올랐다. 사망한 16개월 아이의 가정은 이전부터 학대 의심 신고로 경찰과 기관에서 20여차례 조사 받았으나 분리조치가 단 한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16일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서울 양천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서의 안일한 대응으로 16개월 입양아는 귀한 생명을 잃고 말았다"며 항의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같은 날 경찰은 2회 이상 신고 들어온 학대 아동은 무조건 부모로부터 분리하라는 지침을 내렸지만 뒷북 대응이란 비판을 받았다.
피해 아동이 사망한 후에야 대응한다는 비판은 이번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6월 법무부는 가정 내 자녀 체벌을 빙자한 아동학대 사건을 막기 위해 민법상 친권자의 '징계권'을 삭제하겠다고 밝히고 지난 8월 이같은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현행 민법 915조는 '친권자는 자녀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개정안은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 심의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 7월 복지부와 지자체, 경찰 등의 아동학대 신고예방 시스템 운영 현황에 대해 직권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지만 4개월째 여전히 조사 단계에 머물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2014년 1만7791건에서 지난해 4만1389건으로 늘었다. 이중 아동학대로 최종 판단된 건수는 지난해 3만45건으로 처음 3만건을 넘어섰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학교에 나가지 않고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며 교사 등 제3자가 학대를 발견하기도 더 어려워졌단 분석이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전문기관과 경찰이 아동학대 판단을 너무 안일하게 하고 있다"며 "아이 부모에게 친권이 있다는 이유로 원가정으로 돌려보내 부모 손에만 맡기는 게 아니라 선분리 후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원래
[김금이 기자 /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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