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술품 중 경매만 나가면 최고가를 기록하는 고 김환기 화백 알고 계십니까?
그런데 40억 원의 가치가 있는 김 화백의 그림이 도난당해 원주인의 유족 측이 이를 산 사람에게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가 최근 패소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재판부는 왜 이런 판결을 내렸을까요?
우종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 2020년 9월 30일 'MBN 종합뉴스'
- "그림의 주인이 투병하는 사이 제자와 수행비서 가사도우미까지 합세해 총 100억 원대 대작들을 다 훔친 겁니다. 모두에게 실형이 선고됐습니다."
지난 2018년 별세한 고 박내회 서강대 명예교수가 소유하고 있던 고 김환기 화백의 그림 '산울림'.
제자 등이 몰래 훔쳤다가 들통나 구속됐지만, 유족들은 그림을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훔친 일당이 이미 서울 강남의 갤러리 대표 조 모 씨에게 40억 원에 팔았기 때문입니다.
뒤늦게 그림 소재를 파악한 유족들은 그림을 달라고 했지만, 조 씨 측은 정당하게 샀고 이미 되판 상태라고 주장했습니다.
▶ 인터뷰 : 고 박내회 교수 유족
- "법원에서 (그림을 못 옮기게) 인용을 해서 집행관이 갤러리에 들어갔을 땐 여기엔 없다고…."
결국 유족 측은 장물취득 혐의로 조 씨를 고소하고 그림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습니다.
하지만, 3년이 넘는 재판 끝에 서울중앙지법은 그림을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절도품인지 확인하지 않은 과실이 의심된다면서도 증거가 없어 정당하게 산 그림이라고 봤습니다.
▶ 인터뷰(☎) : 박주희 / 미술 전문 변호사
- "도난이 된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매수인이 그 작품을 구매하는 데 있어서 선의이고 무과실인 경우에는 선의취득을 인정…."
대신 절도범들에게 그림값 40억 원을 배상받으라고 선고했습니다.
▶ 인터뷰 : 고 박내회 교수 유족
- "아버지께서 김환기 화백 그림에 대한 애착이 되게 강하셨거든요. 이 가치는 돈으로 환산하지 않거든요."
현재 경찰 수사는 4년째 지지부진합니다.
검찰이 2번이나 보완수사를 요구했지만 사건을 맡은 서울 강남경찰서는 결국 지난 6일 조 씨의 범죄 혐의가 없다고 통보했습니다.
조 씨는 MBN과 통화에서 "평생 정직하고 깨끗하게 살았고 남에게 피해 준 적이 없다"며 논란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 스탠딩 : 우종환 / 기자
- "유족 측이 항소한 만큼 그림 소유권 다툼은 2심 재판에서 이어질 전망입니다. MBN뉴스 우종환입니다." [woo.jonghwan@mbn.co.kr]
영상취재 : 김영진 기자, 김현우 기자
영상편집 : 이유진
그래픽 : 강수연, 염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