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전주) 임성일 기자] 호시탐탐(虎視耽耽). 범이 먹잇감을 낚아채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고 있다는 뜻으로, 상대의 것을 빼앗기 위해 빈틈을 살피는 형국을 설명하는 단어다. 전북이 서울을 상대한 모습이 그러했다.
전북이 어린이날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서울과의 시즌 10라운드 홈경기에서 전반 7분 이승기의 선제 결승골로 1-0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1명이 퇴장 당해 10명으로 싸우고도 거둔 값진 승리였다.
실제로 양 팀의 경기는 팽팽한 흐름 속에서 진행됐다. 실상 전반전은 이렇다 할 슈팅조차 없었다. 그렇다고 두 팀이 내려앉아 수비적인 경기를 펼친 탓은 아니다. 서로의 빈틈을 노리기 위한 호시탐탐이었다. 하지만 후반 경기 양상이 확 바뀌었다. 파장을 만든 것은 전북이었다.
후반 8분, 에닝요가 후방에서 길게 패스한 것을 이승기가 정확한 컨트롤과 방향을 접는 드리블 그리고 이어진 터닝 슈팅으로 골망을 가르면서 제대로 먹잇감을 낚아챘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이후 세리머니가 화근이었다.
기쁨을 제어하지 못하면서 유니폼을 뒤집어썼고, 규정에 따라 경고를 받았다. 이미 후반 시작과 함께 경고가 있던 이승기는 누적으로 퇴장을 당했다. 리드 하자마자 숫적 열세에 빠진 전북이다. 여기서 전북이란 팀의 저력과 컬러가 표출됐다.
서울의 최용수 감독은 후반 18분 차두리를 빼고 윤일록을 투입했다. 측면 미드필더 고요한을 풀백으로 돌리고 공격수를 투입하면서 만회골을 넣겠다는 복안이었다. 상대보다 1명이 많았던 서울이 전체적으로 공격을 주도했다.
전북의 파비오 감독은 후반 19분 서상민 대신 박희도를 투입했다. 공격 쪽 재능 못잖게 수비가담이 좋은 선수다. 후반 30분에는 공격의 핵 에닝요를 빼고 측면 수비수 이규로를 넣었다. 아무래도 지키는 것에 주력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마냥 웅크리진 않았다. 만약, 무조건 내려앉았다면 서울의 파상공세를 막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전북은 지키는 와중에도 간간이 위력적인 공격을 펼쳤다. 이동국이 중심된 전북의 역습은 일방적으로 두들기던 서울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장면들을 연출했다. 이동국이라는 걸출한 스트라이커를 앞세운 전북의 호시탐탐은, 서울이
결국 닥공의 색채를 유지하면서 서울의 공격을 잘 막아낸 전북이 귀중한 승점 3점을 챙겼다. 1명이 없어서 더욱 빛났던, 전북의 호시탐탐이 거둔 결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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