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전주) 임성일 기자] 1분 사이에 천당과 지옥을 오간 이승기였다. 결승골을 터뜨리면서 영웅이 됐다가 불과 1분 뒤 규정을 어긴 세리모니로 퇴장을 당한 이승기로서는 가슴을 쓸어내렸던 경기였다.
전북이 어린이날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의 홈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최근 7경기 동안 서울을 상대로 승리하지 못하던 징크스를 깨면서 귀중한 승점 3점을 챙겼다.
이승기는 후반 8분 에닝요의 긴 패스를 정확한 트래핑과 이어진 방향전환 그리고 과감한 터닝슈팅으로 유일한 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채 유니폼 상의를 들어올리는 세리머니로 경고를 받았다. 이미 후반 시작과 함께 옐로카드를 받았던 이승기를 경고누적으로 필드 밖으로 쫓겨나야했다.
이승기 때문에 남은 시간 전북은 10명이 뛰어야했고, 어려운 경기를 펼칠 수밖에 없었다. 승리하지 못했다면, 이승기의 마음은 더욱 무거웠을 경기다.
경기 후 이승기는 “아차 싶었다. 경고가 하나 있다는 것을 까먹었을 정도로 흥분했다. 흥분한 나머지 규정을 알고 있음에도 실수를 저질렀다. 내 잘못이다”면서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어 “그래도 이겨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선수들에게 미안하고, 열심히 뛰어줘서 고맙다”라고 말한 뒤 “(이)동국이 형이나 (김)상식이 형은 ‘쿨’하게 벌금 내면 된다고 위로해줬다. 그런데 에닝요는 바보라고 놀리더라”면서 씁쓸한 소감을 전했다.
축구인생을 통틀어 첫 퇴장이었다고 고백했다. 서울전 징크스를 깨는 결승골 그리고 서울전 징크스가 또 이어지게 할 뻔했던 퇴장, 중요한 경기에서 재대로 사고를 친 이승기다. 하지만 이런 계기가 이적 후 알게 모르게 심적 부담이 있었을 이승기를 한 단계 도약하게 만드는 발판이 될 수 있다.
이승기 역시 “경기 수도 많고 아무래도 이전 팀(광주)과는 치르는 경기나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적응하기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면서 “팀에서 가장 어리기 때문에 무조건
동료들에게 바보라고 놀림을 받아도 마냥 웃음이 나올 경기였다. 어린이날 어린이 같은 미소를 보여준 이승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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