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전주) 임성일 기자] 경기장을 찾은 어린이들에게 승리를 선물한 전북이 자신들도 두둑한 선물을 챙겼다. 가치가 꽤나 큰 선물이다.
전북이 5월5일 어린이날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시즌 10라운드 홈경기에서 후반 8분 이승기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9라운드까지 6위에 그쳤던 전북은 이 승리로 4위에 뛰어오르면서 본격적인 선두권 경쟁에 가세했다. 순위가 상승했다는 것이 아니더라도 전북에게 의미가 깊은 승리였다.
자존심이 상하는 것도 그렇지만 결국 정상을 놓고 다투는 라이벌을 잡지 못한다는 것은 타격이 상당히 큰 문제다.
최근 K리그는 전북과 서울이 양분하고 있다. 2009년 전북이 우승을 차지하자 2010년 FC서울이 챔피언에 등극했고 2011년 전북이 정상을 탈환하자 지난해 서울이 다시 자리를 빼앗았다. 진정한 라이벌 구도가 두 팀 사이에 형성되는 흐름이다. 때문에 서울에게 좀처럼 이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크나큰 손해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지난해 승점 79점에 그친 전북은 96점이나 쌓은 서울에게 밀려 2위에 그쳤다. 맞대결 결과가 희비를 갈랐다. 전북은 서울과 4번 만나 2무2패로 저조했다. 만약 그 2패가 2승으로 바뀌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공산이 적잖다. 6점을 추가한 전북의 승점은 85점이 되고 6점을 뺀 서울은 90점이 된다. 17점 격차가 5점으로 확 줄어든다. 소위 말하는 ‘6점 경기’의 효과다.
보이지 않는 기운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맞적수와의 맞대결에서의 승리로 인한 ‘분위기 업(상대 입장에서는 다운)’은 충분히 다른 경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5점 격차 정도는 박빙에 가깝고 결국 구도가 달라질 수도 있었다는 말이다. 요컨대, ‘6점 경기’의 대상인 서울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전북의 우승이 물거품 됐다 해도 과언 아니다.
무승이 길어지면 알게 모르게 두려움이 자리 잡을 수도 있다. 징크스란 깨지게 마련이지만 깨기까지는 엄청난 고충이 따르는 법이다. 따라서 올 시즌 첫 만남에서 서울을 잡았다는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게다 후반 9분부터는 10명이 싸웠던 전북이다. 당연히 서울의 파상공세가 펼쳐졌다. 하지만 전북은 끝내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경기 후 파비오 감독은 “10명이 된 이후, 내가 지시한 것 이상으로 선수들이 똘똘 뭉쳤다. 벤치에서 지시하기 전에 선수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스스로 움직였다”는 말로 박수를 보낸 뒤 “홈에서 오랜만에 승점 3점을 챙겨서 기쁘다. 상대가 서울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의 말마따나 서울이어
어린이날을 맞아 2만3377명이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전주성에 모인 수많은 팬들은 1-0 승리를 알리는 종료 휘슬이 울리자 엄청난 환호성과 박수갈채를 쏟아냈다. ‘6점 경기’의 악연을 끊은 의미를 팬들도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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