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예뻐지기 위한 여자의 변신은 무죄다. 강해지기 위한 프로팀의 변신 또한 무죄이자 의무다. 헛방망이였던 프로야구 SK 와이번스가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김상현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달라져도, 이렇게 달라질 수 있을까.
SK는 지난 8일 기적 같은 승리를 연출했다. 1-11로 뒤졌다가 13-12로 역전하는 ‘말도 안 되는 승리’를 거뒀다.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라는 속설이 있었는데, 이를 증명한 경기였다. 역대 프로야구 최다 점수차 역전승이다.
단순히 김상현이 잘 쳤기 때문에 이겼다라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 7일 데뷔 무대에서 4타수 3안타(1홈런) 2타점 2득점으로 화끈한 신고식을 치렀던 김상현은 이튿날 경기에서 2타수 무안타 1볼넷에 그쳤다. 병살타도 처음으로 기록했고, 조성우와 교체됐다. 팀의 역전승에 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김상현의 영입으로 ‘긍정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게 가장 큰 효과다. SK는 김상현이 가세하면서 돌변했다. 타선이 정신을 차렸다고 보는 게 좋다.
최정에게 지나치게 의존했던 SK 타선인데, 뒤집어 말해 다른 타자들이 하나같이 부진했다는 것이다. 이들을 일깨울 ‘촉매제’가 필요했고, 김상현이 그 촉매제였다. 김상현은 첫 날 SK 타선의 심지에 제대로 불을 붙였다.
이만수 감독은 김상현의 영입 후 반색했는데, 타선의 짜임새를 갖췄다는 것과 함께 경쟁력 유발에 따른 타격 강화를 기대했다.
선수들 또한 김상현이 오면서 긴장감을 보였다.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동기 부여가 생긴 것이다. 이만수 감독은 시즌 전 무한 경쟁을 외쳤으나, 그 효과를 톡톡히 봤던 건 아니다. 이명기, 한동민 등 신예들이 부쩍 성장했으나, 기존 주축 선수들은 페이스를 끌어올리지 못했다. 불완전한 무한 경쟁이었는데 김상현의 합류로 선수들의 의식도 달라졌다.
어느 팀이든 선수 한 명이 1시즌 내내 팀을 이끌어 갈 수는 없다. 타격은 잘 칠 때도 있지만 못 칠 때도 있다. 특정 선수가 아닌 모든 선수들이 잘 해야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는 법이다. 김상현도 “나 혼자 잘 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라면서 동료들의 분발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 이후 SK는 상, 하위 타순을 가리지 않고 매서운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SK는 든든한 새 아군이 생겼다는 신뢰 속에 꾹꾹 눌렸던 타선이 폭발했다.
마운드에 비해 방망이가 처졌던 SK다. 그리고 하위권에 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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