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13일(한국시간) ‘꿈의 극장’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퍼거슨 맨유 감독의 고별전. 보통 그라운드를 뛰는 선수들이 주인공이나,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현역 지도자 생활 마감을 선언한 퍼거슨 감독이었다.
경기의 비중도 크지 않았다. 맨유는 이미 20번째 우승을 확정지었다. 오로지 관심거리는 퍼거슨 감독이 아름답게 퇴장하면서 홈팬들에게 작별의 인사를 할 수 있느냐였다. 더욱이 ‘보스’의 애제자인 스콜스도 이 경기를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고별 홈경기는 더욱 의미가 컸다.
그 기대대로 제대로 불이 붙었다. 맨유야 응당 뜨거웠다. 떠나는 스승을 위해 승리를 바치기 위해 매우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펼쳤다. 반 페르시, 웰백, 에르난데스, 스콜스 등은 유기적인 짧은 패스로 스완지 수비를 허물며 날카로운 공격을 퍼부었다.
전반 5분 에르난데스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때려, 올드 트래포드에는 아쉬운 탄성이 터졌다. 하지만 전반 39분 스완지 수비 실책을 틈타 에르난데스가 재치있게 넘어지면서 오른발 슈팅을 때려 골네트를 흔들었다.
리그컵 우승 이후 목표의식을 잃었던 스완지 또한 당하지만은 않았다. 후반 들어 매서운 반격을 펼쳤다. 후반 4분 만에 미추가 감각적인 노스톱 슈팅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들러리’가 되기 싫다는 듯 맨유보다 더욱 위협적인 공격을 펼쳤다. 후반 7분과 후반 17분 라우틀리지와 파블로의 슈팅이 맨유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퍼거슨 감독은 끝까지 승부사였다. 마지막 홈경기를 승리로 장식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다. 후반 중반 들어 안데르손, 발렌시아, 긱스 등 공격 성향의 선수를 잇달아 교체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었다. 반드시 이기겠다는 승부욕이었다.
그리고 기어코 스완지의 골문을 다시 한 번 열었다. 그것도 참 극적이었다. 후반 42분 코너킥 상황에서 원바운드로 튄 걸 수비수 퍼디낸드가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넣었다.
꿈의 극장에서 펼쳐진 퍼거슨 감독의 마지막 경기는 끝까지 손에 땀을 쥐는 명승부였다. 그리고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그리고 떠나는 거장을 위한 최고의 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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