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임성일 기자]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지만, 결국 축구는 단체 스포츠다. 11명이 얼마나 조화를 이루느냐에 따라서 힘이 달라진다. 선수 한 둘이 영향을 줄 수 있으나 궁극적으로 강팀이 될 수 있느냐의 여부는, 결국 밸런스다. 그런 측면에서 인천유나이티드는 이제 ‘팀’으로서의 완성도가 궤도에 오른 모습이다.
인천이 19일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강원FC와의 12라운드 경기에서 전반 41분 이천수의 프리킥을 안재준이 헤딩 결승골로 연결하면서 1-0 승리를 거뒀다. 최근 3경기에서 잘 싸우고도 2무1패에 그쳤던 인천이 승점 3점을 챙기면서 리그 4위까지 뛰어올랐다.
그런 강원을 상대로 인천은 팀으로서의 안정된 운영을 보여줬다. 부상에서 회복한 설기현이 스타팅으로 나서면서 처음으로 김남일 이천수와 함께 2002월드컵 삼총사가 호흡을 맞추는 경기였다. 확실히 베테랑 세 선수의 존재감은 눈에 띄었다. 김남일은 중원에서 노련하게 방향키를 잡았고, 설기현은 최전방에서 묵직하게 움직였다. 이천수는 좌우 측면과 2선을 활발하게 누비면서 공격의 단초 역할에 충실했다.
해외 무대와 대표팀에서 숱한 커리어를 쌓은 고참들과 함께 인천은 강한 의지로 나선 강원을 적절하게 상대했다. 세 선수의 공이 컸다. 하지만, 결코 세 선수가 주도했던 경기는 아니었다. 인천의 11명은 팀으로 움직였고, 세 선수는 전체 퍼즐의 일부였다.
이날 인천은 스쿼드에 변화가 있었다. 올 시즌 최고의 루키로 평가받는 이석현이 시즌 처음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공격형MF로 첨병 역할을 도맡던 이석현에게 김봉길 감독은 휴식을 줬다. 11경기 동안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어느 정도 지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자리는 김재웅이 대신했다. 프로 3년차 미드필더 김재웅은 올 시즌 정규리그에 딱 1차례 출전했던 선수다. 늘 최전방에 섰던 외국인 스트라이커 디오고도 빠졌다. 설기현이 대신 투입됐다. 경기 전 김봉길 인천 감독은 “지난 2경기에서 골이 없어서 공격진에 변화를 줬다. 이석현이나 디오고 모두 휴식이 필요했다”고 말한 뒤 “팀에 잘하는 선수는 많다. 마음 같아서는 15명이 경기에 나섰으면 좋겠다”는 말로 결코 ‘대체자’ 수준이 아니라는 믿음을 전했다.
김봉길 감독의 말마따나 설기현도 김재웅도 제 몫을 톡톡히 했다. 물론 아쉬운 점은 있었다. 오랜만에 출전한 탓에 설기현은 동료들과의 호흡이 다소 어긋나는 장면들이 있었고, 김재웅 역시 뭔가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과해서 드리블이 다소 길거나 욕심을 내는 모습들이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준수했다. 이들이 백업이라 느낄 수 없는 수준이었다.
두 선수뿐이 아니다. 베테랑 김남일과 함께 중원에서 호흡을 맞추는 수비형MF 구본상은 그야말로 소금 같은 역할에 충실했다. 이천수와 반대편에서 혹은 자리를 바꾸면서 공격을 주도했던 한교원 역시 화려하진 않아도 거침없이 자신감이 넘쳤다.
김남일이라는 든든한 거름종이 뒤에 서 있는 플랫4 역시 든든했다. 올 시즌 단 1경기를 제외하고는 정규리그 모든 경기에서 호흡을 맞췄던 김창훈 이윤표 안재준 박태민은 실수 없이 상대의 공격을 막아냈다. 실상 이름값에서는 크게 도드라지는 수비수가 없는 게 사실이다. 아직도 축구팬들에게는 낯선 면면의 조합이다.
하지만 이들은 강원전 포함 12경기에서 11골 밖에 내주지 않는 짠물수비를 가능케 한 원동력이다. 이 실점율은 포항(10실점) 제주(9실점) 등 1, 2위 팀들에 버금가는 기록이다. 잘 막고 있으니까 지금의 호성적이 가능한 것이다.
후반 들어 김재웅과 교체된 문상윤, 설기현과 교체된 이효균 등 백업자원들도 넉넉해진 인천이다. 인천은 누가 들어와서 갑자기 강해지고, 누가 빠져서 문제가 생기는 수준을 넘어선 모습이다. 김봉길 감독의 말마따나 15명이 나설 수 없으니 11명으로 베스트 멤버를 꾸리는 행복한 고민을 할 정도다.
‘봉길매직’이라 불릴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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