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6승4무2패 17골 9실점 승점 22. 12라운드까지 소화한 현재 K리그 클래식 2위를 달리고 있는 이 팀의 이름은 제주유나이티드다. 시즌 내내 선두를 달리고 있는 포항스틸러스와의 승점 차는 불과 1점. 주말 라운드 결과에 따라 선두까지 치솟을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 시즌 7위로 상위리그에 진입, 6위로 전체 시즌을 마감한 제주는 올해도 만만치 않은 전력으로 중상위권을 지킬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실상 이렇게까지 단단하고 안정적인 행보를 보일 것이란 예상은 많지 않았다. 객관적인 면면에서 소위 우승권 팀들과 견줘 낫다고 보기는 어려웠지만 스쿼드나 팀으로서의 완성도는 어느 팀에도 빠지지 않는 모습이다.
▲ “2010년 준우승 할 때보다 낫다”
올 시즌 뚜껑을 열 무렵 제주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팀의 핵심전력으로 꼽혔던 외국인 플레이어 산토스와 자일의 재계약이 무산되면서 박경훈 감독은 적잖은 고민에 빠졌다.
박경훈 감독은 “지난 2010년부터 팀을 이끌어왔는데 고정적으로 멤버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올해도 산토스와 자일을 어쩔 수 없이 내보내야했다. 핵심선수로 자리 잡은 둘이 갑작스럽게 이탈하면서 어려움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이어 “산토스와 자일의 대타로 점찍은 페드로와 아지송이 어느 정도 기량을 보여줄 수 있을지 미지수였고 뒤늦게 영입한 마라냥도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시즌 울산의 ACL 우승에 큰 공을 세웠던 ‘조커’ 마라냥은 즉시 전력이 되지 못했다. 박 감독은 “아무래도 브라질 선수들이 낙천적이다 보니 휴식기간에는 정말 푹 쉰다. 불러놓고 보니 배도 나왔고 근력도 많이 떨어져 있더라”라고 웃은 뒤 “그래서 3~4월 시즌 초반을 잘 버텨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감독 입장이라는 것이 늘 만족스런 ‘재료’를 가지고 요리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리고, 박경훈 감독은 있는 재료들로도 훌륭한 요리를 만드는데 능한 감독이다.
팀에 무게감을 불어넣어 줄 외국인 선수 3명이 모두 ‘의문부호’인 상황에서 초반을 잘 넘겨야한다는 것이 박경훈 감독에게 주어진 첫 번째 과제였다. 그 숙제를 박경훈 감독은 잘 풀었다. 자신의 스타일, 제주 스타일을 고집하지 않고 고비를 넘기 위해 집중했다.
그는 “우리의 축구를 하기에는 여건이 부족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실리축구다. 제주 특유의 패싱에 의한 제압보다는 수비에 안정을 취하면서 실리를 추구하는데 힘썼다. 상대진영에서 마지막 결정력을 높이고 효과적인 카운트어택을 노리는 것에 중점을 뒀다”는 설명을 전했다.
선장이 방향키를 결정한 제주는 3~4월을 3승3무2패 무난하게 마쳤다. 그러는 사이 팀은 점점 자리를 잡아갔다. 그리고 5월 들어 상승세를 탔다. 5월1일 경남을 2-1로 잡은 것을 시작으로 제주는 강호 울산을 3-1로 꺾고 인천 원정에서 0-0으로 비긴 뒤 또 다시 이어진 수원원정에서 2-1로 이기는 등 5월 들어 3승1무 질주를 하면서 2위까지 도약하는데 성공했다.
박경훈 감독도 만족스러워할 수 있는 행보다. 그는 “축구는, 선수 개개인이 얼마만큼 에너지를 쏟아내서 팀원으로 움직일 수 있느냐가 성패를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축구의 매력이다. 그런 부분을 선수들이 잘 인지하고 있다”면서 “감이 나쁘지 않다. 2010년 준우승할 때의 분위기가 느껴진다”는 흐뭇한 평가를 전했다.
시쳇말로 이렇게 잘나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제주에 대한 조명은 부족한 게 현실이다. 앞서 언급했듯 멀리 떨어져있다 보니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박경훈 감독은 “그래도 주목을 많이 받는다고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결국은 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을 전했다. 경기로든 경기 외적으로든 마찬가지다.
박경훈 감독은 “우리가 계속적으로 K리그에서도 좋은 경기력을 펼치면 자연스럽게 시선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는 뜻을 밝혔다. 상품이 좋으면 구매자가 산다는 논리다. 그러기 위해 알맹이도 알차게 채우고 포장도 열심히 한다는 지론이다.
그는 “모두가 프로축구 위기를 말하고 있다. 감독으로서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좋은 경기력으로 지속적으로 팬들에게 어필해야한다. 감독부터 선수들까지 모두 많이 고민하고 발전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말한 뒤 “팬들이 한 명이라도 더 경기장을 찾기 위해 경기력 외의 볼거리를 선사하는 것도 게을리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오는 27일 FC서울과의 홈경기를 앞두고 있는 박경훈 감독은 이번 대결을 ‘탐라대첩’으로 규정했다. 최근 15경기 동안 이기지 못하고 있는(5무10패) 대 서울전 징크스를 깨기 위해 전쟁을 선포했다. 그와 함께 ‘군복’을 입는 퍼포먼스로 출사표를 전하고 있다. 팬들도 군복을 입고 경기장을 찾으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그야말로 전시 선포다.
박경훈 감독은 “군복을 입는 것이 쑥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이슈를 통해서 팬들이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면, 감독의 이런 마인드에 한 분이라도 더 경기장을 찾는다면 기꺼이 할 수 있다”면서 “팬들이 많으면 선수들은 더 힘을 받게 된다. 감독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야한다”는 소신을 전했다. 프로다운 자세에 대한 이야기였다.
박경훈 감독은 인터뷰 중간중간 ‘제주도민의 프라이드’라는 표현을 자주 언급했다. 제주도에 유일한 프로스포츠 팀인 제주유나이티드가 도민들의 자긍심을 일으킬 수 있는 매개가 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야한다는 뜻이었다. 그런 노력과 함께 서서히 제주도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제주유나이티드다.
“서서히 자리를 잡는 것 같다. 제주도민들이 제주유나이티드를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2010년 준우승을 하면서 돌풍을 일으킬 때보다도 크다. 이제는 애정을 갖고 경기장을 찾는다. 2010년에 그렇게 경기력이 좋고 성적이 좋을 때도 그냥 ‘구경’만 했는데 점점 소속감을 갖는 팬들로 변했다. 우리 팀이라는 생각으로 경기장을 찾는 것이 느껴진다.”
어느덧 제주와 함께 4년째를 지내고 있는 박경훈 감독이 가장 보람을 느끼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예전에는 숱하게 공항을 들락거려도 무관심했는데 어느새 달리던 택시와 버스들이 차를 멈추고 선수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보여준다고 했다. 그럴 때면, 더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찾아든다는 말을 전했다. 경기장 안에서도, 경기장 밖에서도 보여 지는 것에 더 신경써야할 이유기도 하다.
박경훈 감독은 “지역에 밀착해서 같이 호흡하고 공조하고 어울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 나부터 노력하고자 한다. 우리는 공인이다”는 뜻을 전했다. 박경훈 감독이 선수들의 ‘외모’에도 노력을 기울이길 기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옷도 깔끔하게 입고 머리도 예쁘게 다듬고 사소한 소품까지 생각해서 꾸미면 팬들이 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 같다. 프로라면 자신을 가꿔야한다”면서 “우리 선수들도 조금씩 변화가 생기고 있다. 구두도 무조건 검정 구두가 아닌 색깔 있는 것도 신고 다니며 옷
박경훈 감독은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멋지게 다니길 강조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한 마디를 덧붙였다. “골만 넣으면 더 멋있을 텐데......” 박경훈 감독은 욕심이 많은 프로 지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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