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서민교 기자] 26일 잠실 LG-SK전. 이날 경기는 LG 선발 류제국의 두 번째 등판 경기로 초미의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5회에 접어드는 순간 주인공은 바뀌었다. 이날 주인공은 두 명의 불펜 투수였다.
잠실구장 1루 더그아웃 쪽 관중석을 가득 채운 LG 홈팬들은 기립박수로 류제국이 아닌 두 불펜 투수를 맞았다. 최대 위기에서 눈부시게 빛난 좌완 이상열과 우완 이동현의 환상적인 완벽투 때문이었다. 류제국의 무실점 기록도 두 투수의 손끝에서 완성됐다.
0-0으로 팽팽히 맞선 최대 위기 속에 마운드에 오른 두 번째 투수는 베테랑 이상열이었다. SK는 이상열을 상대하기 위해 박정권 대신 대타 조성우를 투입했다. 하지만 SK의 대타 작전은 완전히 실패했다. 이상열은 2B2S 이후 조성우를 꼼짝 못하게 만든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이상열은 단 한 명의 타자를 상대한 뒤 이동현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더그아웃을 향한 이상열을 향해 LG 홈팬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2사 이후 마운드에 오른 세 번째 투수는 이동현. 상대는 이재원이었다. 이동현은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스트레이트 3볼. 밀어내기 실점 위기였다. 하지만 이동현은 흔들림 없이 과감한 투구를 선보였다. 연속 두 개의 스트라이크로 이재원의 혼을 뺐다. 전세를 뒤엎은 풀카운트 승부에서 예리한 슬라이더로 루킹 삼진을 이끌어냈다. 환상적인 투구였다. 이동현이 마운드를 내려가자 역시 LG 홈팬들의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이동현은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3이닝을 완벽하게 틀어막는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다. 6회 조인성의 내야안타를 제외하고 세 타자를 범타 처리했고, 7회에는 SK의 중심타선으로 이어진 세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8회에도 조성우를 내야땅볼, 이재원을 삼진으로 깔끔하게 처리한 뒤 류택현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이동현은 이날 3이닝 동안 10명의 타자를 상대로 투구수 46개, 1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완벽하게 역할 수행을 마친 이동현을 향한 홈 팬들의 기립박수는 당연한 리액션이었다.
이후 LG는 정현욱과 봉중근 등 불펜 필승조가 총가동되며 SK 타선을 0점으로 묶었다. LG 홈팬들은 자리에 앉아 있을 시간이 없었다. 또 한 번 기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마지막 9회말 완벽투를 선보이던 SK 선발 크리스 세든을 상대로 문선재가 우중간 안타를 치고 나간 뒤 정의윤의 끝내기 2루타가 폭발하며 극적인 1-0 승리를 따냈다. LG 홈팬들은 외야가 들썩일 정도로 짜릿한 감동의 환호성을 멈추지 않았다.
이
LG는 이날 승리로 두 차례 연속 위닝시리즈를 가져갔고, 19승22패를 기록하며 공동 6위로 다시 한 계단 올라섰다.
[min@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