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답답했던 경기였다. 지겹게 골대를 때렸고, 상대 골키퍼의 선방도 있었다. 하지만 경기가 답답하게 느껴진 가장 큰 이유는 우리의 플레이가 펼쳐지지 않은 탓이다.
따로 놀았다. 경기를 지켜본 많은 팬들이 답답해했던 이유다. 이동국을 비롯한 1선 공격수들과 2선 미드필더진의 간격이 너무 벌어져 휑한 느낌을 줄 정도였다. 허리를 거치지 못한 채 전방을 향하던 패스는 부정확할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할 문제는 아니지만 김보경의 행동반경은 다소 아쉬웠다. 이동국 아래서 그리고 김남일 위에서 가장 많은 움직여주면서 연결고리 역할을 해줬어야했다. 이청용과 이근호를 연결해주는 역할도 김보경의 몫이었다. 종과 횡이 모두 단절됐다.
이동국이 너무 깊숙하게 올라가 있었다는 것도 공격라인 대부분이 점처럼 따로 놀고 섬처럼 떠돌았던 원인 중 하나다. 지난 3월 카타르전과는 달리 몸이 무거웠던 이근호의 플레이도 아쉬운 대목이다.
1선과 2선의 간극이 크게 벌어졌다는 것은 공격 뿐 아니라 수비 쪽에서도 문제를 야기시켰다. 공격이 끊겼을 때, 상대의 역습 과정에서 손쉽게 한국 진영까지 돌파를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걸러주는 앞 선에서의 마크가 부족하니까 뚫리면 곧 위기였다.
수비수들도 선이 되지 못하고 점으로 흩어졌다. 왼쪽부터 김치우 곽태휘 김기희 신광훈으로 이어진 포백라인은 지금껏 가동하지 못했던 생소한 조합이었다. 실전에서 손발을 맞춰본 경험이 부족하면서 유기적인 호흡도, 전체적인 집중력도 떨어졌던 모습이다. 상대가 주도권을 잡지 않은 채, 기본적으로 카운트어택을 노렸음에도 슈팅까지 공격이 이어졌다는 것은 효과적인 커버플레이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전체적으로 졸전이었다. 이렇게 안 풀릴까 싶을 정도로 골대를 맞고 나오고, 하필이면 슈팅 방향이 골키퍼 쪽으로 향하는 불운의 영향도 적잖았다. 숱한 찬스 중에서 한 골만 터졌어도 엉킨 실타래 풀리듯 경기가 풀릴 수 있었다. 하지만 마냥 불운으로 탓하기에
1선과 2선과 3선은, 각각의 선들로만 그쳤다. 그 선들 안에서의 선수들 개개인도 점처럼 떠돌았다. 11명이 되지 않으니 좋은 경기력이 나올 리 만무했다. 후반 추가시간 김치우의 극적인 프리킥으로 동점을 만들기는 했으나 분명 보완이 필요한 최강희호다.
[lastuncle@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