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김치우의 왼발이 살린 경기였다. 종료직전에 터진 김치우의 프리킥 동점골이 아니었다면 또 하나의 ‘베이루트 참사’로 기억될 뻔한 경기였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이 5일 새벽에 끝난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6차전에서 천신만고 끝에 1-1 무승부를 거뒀다. 전반 12분 코너킥 상황에서 먼저 실점하고 90분 내내 끌려다니다가 후반 추가시간 김치우의 왼발 프리킥으로 어렵사리 승점 1점을 챙겼다.
전체적으로 레바논전은 졸전이었다. 운이 없었던 경기이기는 했다. 어지간하면 들어갔을 장면에서의 슈팅이 어이없게 빗맞거나 골대를 맞거나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하지만 선수들의 집중력 부족도 탓해야할 경기다. 슈팅 방향이 조금만 달랐다면, 슈팅 직전 좀 더 침착했다면, 공이 오기 전에 보다 준비를 했더라면 유효슈팅이 아닌 득점으로 기록될 수 있었다. 결국 집중력의 차이었다.
1선과 2선을 연결시켜줄 ‘고리’가 없었다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간격이 너무 벌어지면서 효과적인 공격이 펼쳐지지 않았다는 것도 레바논전에서 드러난 문제점이다. 중앙으로 자리를 이동한 김보경의 활동반경부터, 포지션 체인지가 다른 경기들에 비해 부족했던 전방 모든 선수들이 지적을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레바논전에서 거둔 소득이라면 발군의 활약을 펼친 이청용 그리고 왼발키커 김치우다. 이청용은, 그야말로 고군분투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플레이를 선보였다. 반대편 이근호가 조금만 컨디션이 더 좋았어도, 이동국과 김보경이 조금 더 받쳐줬어도 효과가 더 클 수 있었다. 아쉬웠던 블루드래곤의 비상이었다.
김치우의 왼발은 여러모로 값졌다. 종료직전 극적인 동점골을 만든 것이 김치우의 왼발이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천금 같았다. 하지만 그 장면을 제외하더라도 김치우는 최강희호의 약점이었던 ‘왼발 키커’의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좋은 카드였다. 코너킥이든 프리킥이든 데드볼은 모두 김치우의 몫이었고 이는 우즈베키스탄과 이란으로 이어지는 마지막 2연전에서도 중요한 무기가 될 전망이다.
그런데 왼발을 찾으니 오른발이 아쉬워졌다. 기성용, 구자철을 제외시키면서 오른발 프리키커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 됐다. 오른발이 필요한 곳에서 얻어낸 프리킥은 이동국이 찼을 정도다. 직접 슈팅을 찰 능력이 되는 이동국이기는 하지만, 세컨볼을 노릴 수 있는 전방 스트라이커가 프리킥을 시도할 정도로 오른발 키커가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즈베키스탄과 이란은 만만치 않은 전력
[lastuncle@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