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결전의 날이 밝았다.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우즈베키스탄과의 최종예선 7차전 결과에 따라 대한민국 축구는 월드컵 본선 8회 연속 출전이라는 금자탑을 쌓을 수도 있고 살 떨리는 최종전에서 운명을 건 외줄타기를 해야 할 수도 있다. 승부처다.
경기에 대한 비중은 구구절절 설명이 필요 없다. 지켜보는 팬들도 다 알고 있는데 직접 뛰는 선수들이 모를 리 없다. 경기를 하루 앞둔 10일 공식 기자회견에 임한 최강희 감독이나 선수대표 손흥민 모두 “말이 필요 없다”는 표현으로 비장함을 전했을 정도다.
우즈베키스탄의 카시모프 감독은 전날 공식회견에서 “한국은 개개인의 역량이 뛰어는 선수들이 많다. 선수층이 풍부해 다양한 옵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같은 감독으로서 부러운 부분이다”라면서 “하지만, 한국 축구의 진짜 강점은 개개인보다 팀으로서의 힘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특정선수를 견제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나아가 “특정선수의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은 팀”이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제대로 보았다.
호불호를 떠나 카시모프 감독의 견해는 지금까지 한국축구를 지탱한 힘이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 ‘합심’이 있었기 때문에 이 작은 나라는 월드컵이라는 세계적인 이벤트에 7번이나 연속해서 나갈 수 있었다. 그 횟수를 1번 더 늘리기 위해 다시금 그 ‘팀으로서의 힘’이 필요하다. 지금은 이동국이 골을 넣느냐 손흥민이 골을 넣느냐가 중요한 포인트가 아니라 누구든 넣어서 승리하는 게 중요하다. 누군가가 넣도록 다른 누군가가 도와야한다.
결국 우즈베키스탄과의 성패는 ‘팀’의 완성도와 결부돼 있다. 최강희 감독이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도 같은 부분이다. 파주에서의 훈련 내내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이다. 최강희 감독은 공식회견에서의 행동과 발언 속에도 그런 노력을 쏟았다.
최강희 감독은 공식회견에 주장 곽태휘가 아닌 막내 손흥민을 대동했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공개적인 신뢰를 통해 아직 어린 공격수에게 심리적인 지원을 보내고자 했던 작업이었다.
최 감독은 손흥민의 선발을 공식화 하면서 “부담스러운 경기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생각을 달리했으면 좋겠다. 큰 경기, 부담스러운 경기를 통해 더 성장할 수 있다. 그간 대표팀에서의 좋지 않은 기억을 한방에 털어버릴 수도 있다”면서 “지난 3월 카타르전에서 손흥민이 짧은 시간에 (결승골로)강한 임팩트를 줬기 때문에 내일도 분명히 좋은 경기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공개적인 ‘기 살리기’에 나섰다.
언뜻 편애로 보일 수 있으나 이는 고도의 컨트롤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동국과의 원치 않는 비교로 인해 알게 모르게 쫓겼을 어린 선수의 심리를 안정시키면서 팀 속에서의 가치를 주문하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외려 이동국이 섭섭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겠으나, 그 정도의 ‘이심전심’은 충분히 마련됐을 일이다.
공개적으로 막내의 기를 살리는 것을 제외하면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나머지는 오직 ‘전체’만 강조했다. 그 어느 때보다 ‘팀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는 까닭이다.
최강희 감독은 “훈련은 충분했다. 선수들의 각오는 특별히 말이 필요 없는 수준이다. 경기장에서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면서 “우즈벡전은 특정 선수가 특별한 활약을 펼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경
위태로움 앞에서 최강희 감독은 기댈 누군가가 아닌 팀 전체를 찾았다. 그것이 답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우즈벡이 가장 두려워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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