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김용의, 정의윤, 오지환, 문선재….
올 시즌 LG 트윈스의 신바람 야구를 불러온 주역들이다. 모두 20대 LG의 미래들이자 올 시즌 히트상품이다. 김기태 LG 감독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야구는 9명이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을 빛나게 하는 것은 든든한 베테랑이다.
이날 LG는 0-2로 끌려갔다. 문선재의 적시 3루타가 나오기 전 베이스를 채운 것은 ‘빅뱅’ 이병규(7번)였다. 이병규는 풀카운트 승부 끝에 넥센 선발 김영민의 첫 볼넷을 이끌어내 추격의 득점을 올렸다.
이어진 1-2로 뒤진 4회 선두타자 박용택이 우전안타로 기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캡틴' 이병규(9번)가 시즌 마수걸이 역전 투런포를 터뜨렸다. 무려 307일 만의 손맛. 3-2로 경기를 뒤집은 두 노장의 합작품이었다. 두 팔을 번쩍 든 이병규의 세리머니는 전율마저 느껴졌다. LG 선수들은 더그아웃에서 모두 나와 그라운드를 돌아 홈을 밟은 캡틴을 환대했다.
바통은 마운드로 넘겨졌다. 6⅓이닝을 소화한 선발 류제국이 내려간 뒤 7회 1사 후 류택현이 마운드에 섰다. 이날 선제 투런포를 기록한 이성열을 상대하기 위해서다. 류택현은 단 공 3개만 던지고 정현욱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3구 헛스윙 삼진이었다. 우리나이 43세의 현역 프로야구 최고령 베테랑 투수의 존재감이었다. 박재홍 MBC 스포츠+ 해설위원은 한 마디로 “대단한 선수”라고 극찬했다.
마무리 봉중근은 8회 1사 1, 3루 위기서 수호신 역할을 하기 위해 일찍 나섰다. 이택근에게 동점 적시타를 허용, 시즌 첫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하지만 봉중근은 무너지지 않았다. 8, 9회 위기를 역전 없이 버텼다.
극적인 끝내기 역전 드라마를 쓴 9회말. 2사 후 연장전으로 흐르는 분위기였다. 다시 이병규가 타석에 나섰다. 끈질긴 승부 끝에 뽑아낸 중전안타. 포수가 블로킹 자세를 취할 정도로 낮은 공을 받아친 감각적인 안타였다. 박 해설위원은 “이병규만 칠 수 있는 말도 안되는 안타”라고 정의했다.
이어 7회초 유한준의 우익수 앞 떨어지는 안타성 타구를 전력 질주해 잡아낸 이진영이 타석에서도 힘을 보탰다.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뽑아낸 연속 안타로 이병규를 2루 득점권으로 보냈고 대주자 이대형이 교체 투입됐다. 그리고 마지막 장식은 문선재의 끝내기였다.
규정타석에 미치지 못해 타격 부문 순위에서는 제외됐지만, 이병규와 이진영이 팀 내 타율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병규는 타율 0.360 18타점 14득점, 이진영은 타율 0.341 22타점 11득점을 기록하며 효율성도 높다. 타율 0.312를 기록하고 있는 박용택도 27타점 28득점으로
LG가 올 시즌 가을로 향하는 길이 넓어 보이는 것은 신구의 조화 때문이다. LG의 진정한 신바람 야구의 완성은 노장의 이름으로 밑그림을 그린 젊은피들의 도전적 채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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