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수원) 임성일 기자] 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 전북의 K리그 클래식 14라운드 경기가 9골이 터지는 난타전 끝에 명승부를 연출했다.
후반기 스타트를 알리는 경기이자 안정적인 상위권 진입을 위해 반드시 상대를 꺾어야한다는 절실함이 화끈한 골 잔치를 만들어냈다. 5-4, 좀처럼 나오기 힘든 스코어와 함께 수원이 값진 승점 3점을 챙겼다.
무려 9골이 터졌다. 5골을 넣고 이긴 수원은 물론 4골을 넣고 패한 전북도 박수가 아깝지 않은 명승부였다. 사진= MK스포츠 DB |
다소 조심스러운 경기가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시작부터 화끈했다. 전반 5분 만에 2골이 터지면서 불을 지폈다. 선제골을 수원의 몫이었다. 전반 4분 오른쪽 측면을 서정진이 돌파해 올린 크로스를 반대편의 홍철이 슈팅으로 연결했고 이를 전방에 있던 스테보가 머리로 방향을 돌려놓으면서 권순태 골키퍼가 꼼짝 못하는 방향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수원 서포터들의 세리머니가 채 끝나기 전에 동점골이 나왔다. 1분 뒤 수원 진영 왼쪽에서 레오나르도가 크게 올린 크로스를 골문 앞에서 케빈이 번쩍 뛰어올라 타점 높은 헤딩슈팅으로 연결, 수원의 골망을 갈랐다. 정성룡 골키퍼가 손을 뻗었으나 코스가 워낙 좋아 제대로 막을 수 없었다.
이른 시간에 한 골씩 주고받은 양 팀은 더욱 집중력을 높여 일진일퇴 공방전을 펼쳤다. 일찌감치 분위기가 달아오른 덕분에 경기는 빠르게 또 적극적으로 진행됐다. 수원도 전북도 내려서지 않고 과감한 ‘공격축구’로 K리그를 대표하는 강호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덕분에 추가골이 속출했다.
전반 32분 하프라인 아래에서 전북의 베테랑 김상식이 올린 긴 프리킥을 문전에서 케빈이 헤딩경합에서 이겨내고 이동국에게 떨궈줬고 곽광선을 등진 상태에서 이동국의 전매특허와 같은 터닝 왼발 발리 슈팅이 터져 나왔다. 작품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북 서포터들이 제대로 세리머니를 하지 못했다.
불과 2분 뒤인, 34분 전북 지역 페널티에어리어 전방에서 얻은 프리킥 찬스에서 홍철이 그림 같은 왼발 킥으로 동점골을 뽑아냈다. 권순태 골키퍼의 발이 그대로 땅에 붙어있을 정도로 킥의 방향이나 스피드 모두 일품이었다.
그러나 다시 2분 뒤, 수원의 서포팅이 제대로 울리기도 전에 전북 서포터들이 함성을 내질렀다. 하프라인 오른쪽 아래에서 에닝요가 시도한 오른발 프리킥을 케빈이 백헤딩에 가까운 슈팅으로 방향을 전환했고 이번에는 정성룡 골키퍼가 꼼짝 없이 당했다. 정신없이 터진 득점이 모두 박수가 아깝지 않았다.
후반 들어서도 경기 양상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홈팀 수원이 다시 균형추를 맞췄으니 더욱 들끓었던 빅버드였다. 후반 18분 홍철이 하프라인 근처에서부터 수비와의 몸싸움을 이겨내면서 전북 왼쪽 측면을 파고들었고 전방으로 쇄도하던 라돈치치에게 땅볼로 정확한 패스로 연결, 그야말로 골을 만들어줬다. 후반 10분 조용태를 빼고 라돈치치를 넣은 서정원 감독의 용병술이 8분 만에 효과를 본 셈이다.
진짜 효과는 후반 33분이었다. 라돈치치가 골포스트를 맞고 나온 것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왼발로 연결하면서 역전골이자 수원의 4번째 득점을 성공시켰다. 빅버드는, 용광로가 됐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후반 44분, 수원의 이종민이 오른발 프리킥으로 승리를 자축하는 5번째 골을 성공시키면서 마지막 팬서비스를 전했다. 그러나, 이것도 끝이 아니었다. 후반 추가시간에 전북 이동국이 마지막 불씨를 살리는 4번째 골을 터뜨리면서 끝까
무려 9골이 터졌다. 10분 당 1골이 나온 셈이다. 프로축구에 갈증 났던 팬들이 원 없이 골잔치를 즐겼다. 이긴 수원이나 패한 전북 그리고 양팀 서포터 모두 박수가 아깝지 않은 명승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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