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아직도 올스타전 후유증이 깊습니다.”
프로축구연맹의 한 관계자의 한숨은 깊었다. 지난 6월21일, 야심차게 준비했던 K리그 출범 30주년 기념 올스타전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채 끝났을 때 연맹 관계자들의 실망은 컸다. 연맹 뿐 아니라 지켜보는 축구 관계자들의 마음이 대동소이했다.
악재가 많지만 그래도 K리그 팬들은 꾸준하게 늘고 있다. 특히 경남과 인천은 전년 대비 226.1%, 103.5%의 가파른 관중 증가율을 보였다. 노력이 헛되지 않고 있다. 사진= MK스포츠 DB |
K리그 입장에서는 불운을 탓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올스타전을 불과 사흘 앞두고 국가대표팀이 월드컵 최종예선 최종전(vs 이란)에서 졸전 끝에 0-1로 패하는 최악의 마무리와 함께 축구팬들의 마음이 싸늘하게 식었던 분위기가 올스타전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것은 딱히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박지성 기성용 이청용 구자철 등 해외파들까지 동원해 볼거리를 제공했고, 경기 전날까지도 다양한 아이템을 만들어 K리그 팬들의 호응을 유도했던 프로연맹의 노력은 물거품 됐다. ‘그래도 부족했다’는 평가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겠으나 연맹도 답답함은 있던 상황이다.
엎친 데 덮쳐 축구판에 악재가 또 발생했다. 이른바 ‘SNS 논란’으로 불리는 일부 선수들의 철없는 행동이 다시금 축구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한 축구인의 “결과적으로 국가대표팀과 일부 유럽파가 사고를 치고 있는데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K리그가 아닐까 싶다”는 말처럼, 괜한 불똥이 튈 수 있는 상황이다.
프로축구의 위기라는 자각 속에서 K리그의 흥행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노력을 펼치고 있는 프로연맹과 각 구단들의 땀을 생각하면, 참 도와주지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그래도 헛된 움직임은 아니다. 애쓴 이들에게 심심한 위로가 될 수 있는 소식이 작은 위안이 되고 있다.
2013년 K리그 클래식이 100만 관중을 돌파했다. 프로연맹은 지난 3일 끝난 16라운드까지의 관중집계를 발표했는데 총 1,017,982명이 K리그 클래식 경기장을 찾은 것으로 파악됐다. 100만명 기준, 지난해보다 18경기 앞선 기록이다. 2012년에는 129경기(2012년 6월17일) 만에 1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의 경기당 평균 관중은 9,171명으로, 2012년(평균 7,068명) 대비 29.8% 증가했다.
특히 경남과 인천은 올해 각각 ‘도민 속으로’ 캠페인(경남)과 김남일, 이천수, 설기현(인천) 등 선수들이 직접 찾아가는 지역 밀착 공헌활동을 활발하게 펼치며 전년 대비 226.1%, 103.5%의 가파른 관중 증가율을 보였다. 경남의 2012년 평균관중은 2,331명, 인천은 4,123명에 불과했다. 비약적인 성장이다.
연맹 구단 선수들이 합심해서 더 나은 K리그를 위해 뛰었던 것이 팬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방증이다. 앞서 소개한 ‘악재’들을 감안하면 분명 선전이고, 그 ‘악재’들이 없었다면 더 많은 팬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는 희망도 가질 수 있는 지표다. 게다 ‘허수’도 아니다.
K리그는 지난해부터 실 관중 집계 시스템을 도입해 정확한 관중 집계에 힘을 쏟고 있다. 매 경기 프로축구연맹의 매치 코디네이터가 홈 구단 대표자의 확인을 거친 관중 집계 서류를 티켓 업체로부터 직접 전달받고, 더 명확한 집계를 위해 경기 후 구단이 연맹에 입장관중 정산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보여주기 위한 ‘거품’을 빼
연맹은 각 구단에 지급하는 분배금을 올해부터 관중 수에 따라 차등지급하기로 함에 따라, 투명하고 정확한 통계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관중 집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냉정한 잣대 속에서 나온 조기 100만 관중 돌파이기에 또 고무적이다. 이래저래 꼬이는 일이 많지만, 그래도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K리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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