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예정대로 앤서니 르루는 지난 6일 2군으로 갔다. 1군 엔트리가 말소됐는데, 호랑이군단의 마무리 보직을 내려놓는다는 뜻이다.
올해 시즌 개막 이후 줄곧 마무리 보직을 맡았던 앤서니가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건 처음이었다. 앤서니의 2군행과 함께 마운드 개편 작업에 열을 올리겠다던 KIA였다. 그리고 그 첫 날부터 참 힘겨운 싸움을 치렀다.
KIA는 지난 6일 광주 롯데전에서 8-6 역전승을 거뒀다. 하지만 운이 따랐던 게 사실이다. 앤서니가 빠진 KIA의 뒷문은 승리를 잘 지켜냈지만, 불안감은 여전했다. 사진은 세이브를 기록했던 송은범. 사진=MK스포츠 DB |
KIA는 지난 6일 광주 롯데전에서 4명의 불펜 자원을 가동했다. 선발로 분류된 임준섭은 다음 주중 휴식기 일정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기에 중간 계투로 나갔다. 그리고 공도 3개만 던졌을 뿐이다.
사실상 필승조는 모두 투입됐다. 신승현(7회)-박지훈(8회)-송은범(9회)이 차례로 마운드에 올랐다. 결과론적으로는 성공이었다. KIA가 대역전극을 펼치면서 박지훈은 시즌 첫 승을, 송은범은 이적 후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
그렇지만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첫 날부터 바쁘게 움직였던 KIA 불펜이었고, 마음 졸이며 지켜보게 만들었다.
윤석민은 1회에만 대거 4실점하며 흔들렸다. 초반 투구수도 워낙 많아, 6이닝만 책임지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러나 어느 정도는 예상됐던 일이었다. 윤석민은 올해 선발 등판 시 대부분 6회 이내에 제 임무를 다했다.
사실상 KIA 불펜은 7회 가동이 에정 되어 있었다. 윤석민의 투구 내용에 따라 보다 빨랐을 경우 5,6회 투입됐을 것이다.
KIA는 6회 이범호의 2점 홈런으로 3-5로 쫓아갔다. 롯데 역시 KIA 못지않게 불펜이 불안하고 KIA 타선이 한방을 지녔다는 걸 고려하면, 남은 3번의 공격 기회에서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간극이었다.
그렇기 위해서는 2점차를 지켜내야 했는데, KIA 불펜은 그것조차 버티지 못했다. 7회 2사 1루에서 손아섭에게 적시 2루타를 허용한 것. 3루까지 무리하게 달리던 손아섭이 아웃됐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KIA 불펜은 보다 활활 불탔을지 모른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불안한 행보는 KIA보다 롯데가 더욱 심했고, 스스로 무너졌다. KIA는 이후 8회와 9회를 무실점을 막아냈다. 그러나 위험했다. 롯데 타자들이 때린 타구는 움찔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9회 1사 1,2루의 위기를 초래했다. 큰 거 한방이면 승부가 뒤집힐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롯데 중심타선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이 가운데 투입된 송은범이 이승화와 손아섭을 범타로 처리하면서 가까스로 웃을 수 있었다.
앤서니의 대체 마무리로 고려하고 있는 송은범이 평소와 다르게 깔끔한 투구 속에 승리를 지켜낸
앤서니가 없는 첫 날, KIA 불펜은 3이닝 동안 13타자를 상대해 2피안타 3볼넷 1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표면적으로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면 식겁했던 순간이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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