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윤요섭이 LG 트윈스의 안방 지킴이로 우뚝 섰다.
주전 포수 현재윤의 갑작스런 부상은 LG의 올 시즌 최대 악재였다. 김기태 감독과 장광호 배터리코치도 근심이 가득했다. 하지만 큰 낙담은 없었다. 김 감독은 “고민해서 될 일이 아니다”라고 했고, 장 코치도 “있는 자원으로 해내겠다”고 했다. 두 사람의 시선은 윤요섭에 향해 있었다. 장 코치는 “충분히 잘해낼 것”이라고 신뢰를 보냈다.
LG 포수 윤요섭이 지난 11일 잠실 NC전에서 7회초 마운드를 내려가는 선발 우규민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윤요섭은 든든했다. 11일 NC전 추격을 허용한 6회 1사 1, 2루서 3루로 도루를 시도한 김종호를 잡아낸 장면은 결정적이었다. 윤요섭이 가장 달라진 것은 안정적인 리드다. 투수들과의 호흡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흔들렸던 LG의 마운드도 안정됐다. 레다메스 리즈와 우규민의 선발승을 도왔고, 불펜의 안정화도 되찾았다.
윤요섭은 올 시즌 마음고생이 많았다. 공격형 포수의 최대 강점인 타격이 부진했기 때문. ‘이젠 터지겠지’하고 기다리다가도 헛방망이만 돌았다. 주위에서는 불안한 시선을 보였지만, 윤요섭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윤요섭은 경기에 나설 때마다 “뭐 오늘은 안타 좀 치겠죠”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하곤 했다.
윤요섭의 초점은 공격이 아닌 수비에 꽂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스프링캠프 때부터 머릿속에는 오직 수비에 대한 생각으로만 가득했고, 몸도 공격이 아닌 수비로 반응했다. 포수 경험이 부족한 공백을 메우기 위한 노력이었다. 게다가 현재윤의 부상으로 책임감도 커졌다. 배포가 두둑한 윤요섭에게는 기회였다. 윤요섭은 “부담? 그런 거 없다. 난 이런 상황을 즐긴다”며 마스크 쓰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최근 두 경기에서는 공격 본능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두 경기 연속 안타를 때려냈다. 타율 1할4푼5리에 머물러 있는 윤요섭의 시즌 첫 연속 경기 안타 기록이었다. 타격감을 잡기 시작한 것. 하지만 윤요섭은 “타격 컨디션이 확 좋아진 것도 아니다. 또 급하게 할 생각도 없다. 야구를 잘하려고 서두르는 것보다 천천히 제대로 하고 싶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윤요섭은 마음 속으로 시원한 홈런 한 방을 꿈꾸고 있다. 아내의 뱃속에 있는 첫 아이를 위해서다. 윤요섭은 지난해 12월 LG 배트걸 출신의 오지연씨와 결혼했다. 이미 아내의 출산 예정일도 지났다. 경기 중 언제 태어날지 모르는 긴박감 속에서 마스크를 쓰고
윤요섭은 “아들이라고 하더라. 태명이 ‘홈런이’인데 내가 홈런을 아직 못 치고 있다”며 머쓱하게 웃은 뒤 “이상하게 지난해 12월부터 잔부상도 많고 몸 컨디션이 계속 좋지 않았다. 애가 빨리 나와야 할 것 같다”고 웃었다. 윤요섭은 복덩이로 굳게 믿고 있는 ‘홈런이’를 위한 선물로 홈런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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