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2013년도 프로야구 전반기 성적표가 떴다. 9개 구단으로 치른 첫 모의고사와 본고사 성적이 엇갈렸다. 중간고사에서 전교 1등만 굳건히 자리를 지켰고 우등생이 뒤바뀌었다. 반전도 이런 반전이 없다. 스포츠에서 판도 예상은 무의미했다. 스포츠는 기상청과 다르다. 예측은 빗나가야 재밌다.
지난 17일 마감한 프로야구 전반기는 전문가들의 예상이 빗나간 반전의 드라마였다. 끝내기 안타 이후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는 LG 문선재. 사진=MK스포츠 DB |
삼성은 역시 삼성이었다. 시즌 초반 주춤했던 삼성은 어느새 선두로 치고올라갔다. 전반기 성적은 43승2무28패. 단독 1위다. 배영수, 윤성환, 장원삼 등 토종 선발과 오승환이 버티는 탄탄한 마운드는 압도적이었고, 타선에서도 이승엽이 노익장을 과시하며 팀을 이끌었다.
반면 시즌 초반 선두로 치고나갔던 두산과 KIA는 체면을 구겼다. 두산은 4위(40승2무33패), KIA는 5위(36승2무32패)에 머무르며 5할 승률 지키는데 만족했다. 두산의 방망이는 매서웠지만, 마운드는 불안했다. 선발진이 붕괴됐고, 홍성흔 영입 효과도 크지 않았다. KIA는 시작부터 김주찬의 부상으로 적신호가 켜졌다. 불펜이 흔들리며 방망이도 힘을 잃었다.
두산과 KIA의 자리는 LG 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가 메웠다. LG는 전반기 돌풍을 일으키며 2위(45승31패)로 점프했고, 넥센은 그라운드 밖 악재에 시달리면서도 3위(41승1무32패)를 수성했다.
넥센의 3강 진입은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한 범주에 속했다. 염경엽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넥센은 지난해부터 착실히 준비된 팀. 박병호, 강정호, 이성열 등 막강한 중심타선의 위력과 염 감독의 치밀한 야구가 더해지며 상승세를 탔다. 창단 첫 가을야구도 꿈꿀 수 있는 전반기였다.
전반기 3강 판도를 뒤바꾼 것은 LG의 반전 드라마다. 예상하지 못했던 신바람 야구로 전반기를 정리했다. 팀 평균자책점 1위(3.66)와 타율 2위(0.282)의 안정적인 투타 균형은 LG를 상위권으로 끌어올린 힘이었다. 여기에 김기태 감독의 ‘형님 리더십’이 베테랑과 젊은 선수들의 신구 조화를 이끌어내면서 6월 이후 LG 신드롬을 일으켰다.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한 발 다가섰다.
예년과 다른 중위권 이상 현상에는 SK 와이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하향세가 눈에 띈다. LG와 넥센이 약진한 가운데 SK와 롯데는 전반기 막판 추락의 길을 걸었다. SK는 7위(34승1무39)로 내려앉으며 5할 승률도 넘지 못했고, 롯데도 5연패의 늪에 빠지는 등 6위(37승2무35패)로 떨어졌다.
전력 누수가 직격탄이다. 시즌 초반 부상병동이었던 SK는 투수 정우람의 군입대와 이호준의 NC 다이노스 이적이 탄탄했던 전력을 허물었다. 팀 평균자책점 4.43(6위)의 불안한 마운드는 전반기 내내 SK를 괴롭혔고, 최정에게 몰린 과부하도 불균형을 이뤘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뤄낸 SK가 맞은 최악의 전반기 성적이다.
김시진 감독이 새로 부임한 롯데도 롤로코스터 행보를 보이며 결국 중하위권으로 처졌다. 홍성흔(두산)과 김주찬(KIA)이 떠난 자리가 유독 크게 느껴진 전반기였다. 3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한 마운드는 비교적 안정적이었지만, 예상대로 폭발적인 타격이 자취를 감췄다. 김 감독은 끈끈한 뛰는 야구의 체질 개선을 외쳤지만, 아직은 성과 없이 진행 중이다.
하위권 예상은 적중했다. 류현진(LA 다저스)의 미국프로야구(메이저리그) 진출과 함께 최하위 후보로 꼽힌 한화 이글스가 결국 암흑의 시대를 맞았다. ‘노장’ 김응용 감독도 한화를 바꿔놓지 못한 승률 3할(22승1무51패)을 간신히 넘긴 전반기 최악의 성적표였다.
반면 신생팀 NC의 저력은 하위권의 조용한 반란이었다. 전반기 성적은 8위(28승3무45패)에 머물렀지만, 탄탄한 선발진을 갖춘 저력은 만만치 않았다. 8개 구단이 매 경기마다 경계를 해야 할 대상으로 떠올랐다. 최하위 한
그러나 이제 전반기를 마쳤을 뿐이다. 전반기에 그랬듯 후반기 성적은 언제든 요동칠 가능성이 충분하다. 올스타 브레이크를 통해 9개 구단은 또 다른 반전 드라마를 꿈꾸고 있다. 반전이 있기에, 위기론이 감돌았던 프로야구 흥행몰이는 후반기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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