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윤 기자] “아직 멀었어요. 메뚜기도 한철이라잖아요”
‘느림의 미학’이라 불리며 두산 마운드의 안정을 도모한 유희관은 루키 시즌을 가장 뜻깊게 보내고 있는 선수 중 하나다.
올 시즌 초 두산의 마운드는 ‘붕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난조를 보였다. 에이스 니퍼트만이 제 몫을 다 해 줬을 뿐 선발진 전원이 심각한 부진에 빠졌다. 5월 성적은 9승 15패 시즌 시작 전 리그 2위 전력이라는 자체 평가와 우승후보라는 외부 평가가 무색한 초라함이었다.
유희관의 지속적인 구위 유지 여부가 올 시즌 두산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MK스포츠 DB |
전반기 성적만 5승 1패 1세이브 3홀드다. 평균자책점도 2.33에 불과하다. 선발과 계투 마무리가 모두 무너졌던 올 시즌 두산에게 있어 유희관이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전반기 4위의 성적은커녕 하위권에서 허덕였을 터다.
주변의 시선 역시 달라졌다. 스피드가 아닌 제구력으로 타자를 상대하는 스타일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으며, 넉살좋은 성격과 더불어 훈련에 대한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을 받고 있다. 올 시즌 가장 강력한 신인상 후보로도 손꼽히는 등 소위 ‘위상’이 높아졌다.
그러나 유희관은 “메뚜기도 한 철”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시즌 초 그리 유명하지 않은 선수에게 홈런을 허용한 뒤 “유명한 선수한테 맞았으면 그나마 나았을 텐데, 하필이면…”이라는 말로 넉살 좋게 넘기던 모습과 별반 달라지지 않은 인상이다.
오히려 “조금만 관리를 소홀히 하면 살이 찌기에 걱정이다”, “100개 이상의 공을 무리 없이 던지려 러닝을 많이 하고 있다”는 등의 일관된 시각을 보였다.
전반기를 4위로 마감한 두산에 있어 유희관의 컨디션은 후반기 도약을 위한 필수 요소다. 김진욱 감독 역시 니퍼트 노경은 유희관을 선발의 주축으로 꼽으며 “이들이 현 상태를 유지해 준다면 충분히 순위 상승을 기대해 볼만 하다”고 말했다.
‘메뚜기 한 철’론을 거론하며 애써 주변의 시각을
유희관은 이제 좋든 싫든 두산 마운드의 중심이 돼야 하는 입장에 놓였다. 어깨에 짊어진 무게가 만만치 않지만 이를 이겨내며 꾸준함을 유지하는 모습을 두산의 팬들은 바라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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