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표권향 기자] 2012년 7월 셋째 주 월요일. KBS N 스포츠의 박지영 아나운서(이하 직함생략)가 첫 출근한 날이다. 그리고 딱 1년이 흘렀다.
2012 미스코리아 서울 선 출신 스포츠 전문 아나운서라는 이색 타이틀 때문에 오해와 편견이 따랐다. 때문에 남들보다 두 배 이상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렇게 선수 이름과 포지션조차 생소했던 문외한에서 어느 덧 야구가 친구처럼 가까워졌다.
박지영은 퓨처스리그 선수들에게 동지애를 느낀다고 했다. 낯선 환경에서 어렵게 하나씩 터득해 가는 자신의 모습이 투영돼서다. 오늘도 함박웃음을 머금고 야구장으로 향하는 박지영을 만나보자.
박지영은 "야구는 알아가되 야구선수는 알지 말라"고 말한 홍성흔의 충고가 야구에 전념할 수 있었던 동기였다고 말했다. 사진=옥영화 기자 |
“야구는 알아가되 야구선수는 알지 말라”
수습기간을 마치고 처음으로 야구장을 찾은 날 박지영은 남성적 색깔이 짙은 분위기에 얼떨떨했다. 모든 것이 낯설어 잔뜩 긴장하고 있던 박지영에게 홍성흔(당시 롯데 자이언츠 소속)이 가장 먼저 인사를 건넸다.
“홍성흔 선수가 새로운 아나운서냐며 말을 걸어줬는데, 그만의 친근함과 특유의 여유로운 모습을 보고 역시 프로는 다르다라고 생각했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어 “홍성흔 선수가 나에게 인사한 후 ‘야구는 알아가되 야구선수는 알지 말라’고 말했다. 이 충고가 1년 동안 딴 생각하지 않고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었던 동기가 됐다”고 말했다.
박지영은 경기 전 감독과 선수들의 사전 인터뷰를 위해 더그아웃에 내려갈 때 절대 혼자 나서지 않았다. “회사에서 남자 선배와 같이 더그아웃에 내려가는 것이 낫지 않느냐며 여자 아나운서 혼자 더그아웃에 가지 말라고 했다. 선수들과 회사 여자후배들을 동시에 보호해주려는 선배들의 배려인 것 같다”고 전했다.
운동선수와 미스코리아의 만남이 잦아, 그들만의 모임이 있다는 소문에 대해 “아니다. 몇몇이 서로 알아 소개를 시켜주는 경우는 있지만 따로 모임은 없다. 사실무근이다”고 똑 부러지는 답변으로 부정했다.
“1년을 야구장에서 보냈다. 하지만 아직까지 먼저 다가가 편하게 인터뷰할 수 있는 선수가 없다. 야구를 정확하게 알아야 그 선수에 대해서도 호기심이 더 많이 생기지 않겠느냐”는 박지영은 여전히 야구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미스코리아 출신인 박지영은 타이틀로 인한 편견을 잠재우는 방법으로 "노력만 해서는 안된다.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옥영화 기자 |
“실력으로 보여주고 싶다”
박지영은 지난해 7월을 “버라이어티했던 한 달”이라고 회상했다. 2012년 7월 미스코리아 서울 선에 당선된 박지영은 최종 7인에는 들지 못했지만, 이로 인해 일주일 동안 KBS N 공채에 전념할 수 있었다. 1차부터 3차까지 진행된 시험을 통과하며 합격 통보를 받은 박지영은 7월 셋째 주 월요일 스포츠 아나운서로서 당당히 첫 출근을 했다.
그러나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요령껏 대충할 수는 없었으며 각고의 노력이 필요했다. 박지영은 “고등학교 때 발야구로 야구에 대한 간단한 규칙 정도만 알았다. 짜임새 있는 타순과 수비 위치, 그리고 선발과 불펜의 역할 등이 모두 전략이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야구선수들 정말 똑똑한 것 같다”며 두 엄지를 치켜세웠다.
주위의 시선도 이겨내야 했다. “미스코리아 출신이라는 것에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미스코리아라는 타이틀을 얹어갈 것 같다는 편견에 내가 열심히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더라”며 속상한 마음을 털어낸 후 “굳이 미스코리아를 대변하면, 다들 각 분야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 선배들이 후배들을 이끌어주고 조언해주며 서로 다독거리는 의리도 있다”고 강조했다.
편견에서 벗어나려면 보여주는 수밖에 없었다. 박지영은 선배들의 교육에 열의를 보였다. ‘많이 보는 수밖에 없다’라고 생각한 박지영은 야구 비디오를 전부 꺼내 분위기를 익혔고 김석류 전 아나운서의 인터뷰 영상을 분석했다.
현장 리포터, MC, 기상캐스터 등의 경력을 뒷받침한 그라운드 리포팅에서 스스로 관전포인트를 잡고 야구장의 날씨를 기상청 레이더로 확인해 경기 전 야구팬들에게 알렸다.
박지영은 “야구팬들은 마니아층이 많기 때문에 야구에 대해 대충 알아서는 안 된다. 조금만 틀려도 야구팬들이 더 잘 안다”라며 “선수들에 대한 라인업과 컨디션에 대해서는 각 팀 홍보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문의 후 정리해 대본을 직접 작성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 후 수훈선수 인터뷰는 그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나 마찬가지다. 그냥 흘러가는 것 같지만 승부처의 포인트를 꼽아 준비해야 한다. 아직도 어렵지만 잘 해야 한다는 마음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력으로 보여주고 싶다”는 박지영은 “하루아침에 완벽한 진행과 야구에 대해 해박해질 수는 없다. 그러나 전문분야에서 인지도와 실력은 시간에 비례하기 때문에 노력하는 자가 결국 웃게 된다. 열심히만 해서는 안 된다. 잘해야 한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개인이 아닌 단체생활의 중요성을 강조한 박지영은 "야구와 미스코리아는 닮은 점이 많다"고 말했다. 사진=옥영화 기자 |
“야구=미스코리아, 닮은 점 많아”
미스코리아 대회는 박지영의 인생과 성격을 바꿨다. 한 달여간의 합숙생활은 경쟁자인 동시에 동지였고 개인생활에 익숙해있던 일상을 단체생활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배려와 인내를 깨우쳤다.
“한 달 동안 동고동락하며 기쁘고 슬픈 일을 같이 겪었다. 완전 군대나 다름없던 생활 속에서 동지애를 느꼈고 결집력이 생겼다. 경쟁자이기 전에 서로 마음이 통하고 이해와 배려를 통해 우리를 모이게 했다”고 설명했다.
집단이 모인 단체생활에서 배려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박지영은 “소양과 면접은 개인 몫이지만, 무대 위에서의 군무, 워킹 등은 함께 맞춰야하기 때문에 한 사람의 실수로 인해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했다.
한 사람이 아닌 집단의 응집력이 단체의 이익을 가져온다는 것을 깨달은 박지영은 “미스코리아와 야구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야구는 개인이 아닌 단체경기다. 테이블세터가 출루하고 클린업 트리오가 득점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처럼 전체의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 한 선수가 특출하게 돋보이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잘 해야 한다”며 그라운드를 선수들만의 무대라고 표현했다.
퓨처스리그 선수들의 패기를 본 박지영은 "내 심정을 대변해주는 것 같았다"며 동지애를 느꼈다. 사진=옥영화 기자 |
“퓨처스리그 선수들에게 동지애 느껴…”
지난 18일 박지영은 포항으로 내려가 입사 이후 처음으로 퓨처스리그 올스타전을 찾았다. 선수들을 찾아다니며 인터뷰하던 박지영은 퓨처스리그 선수들에게서 동지애를 느꼈다.
“1년 차지만 회사에서는 아직 신입이고 막내다. 처음 겪는 일들이 훨씬 많지만 나에게는 ‘잘해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생긴 ‘깡’이 있다”고 말했다. 박지영의 자신감이 퓨처스리그 선수들과 통했다는 것이다.
박지영은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어린 선수들에게서 패기를 느꼈다. ‘잘하면 인터뷰할 수 있는 것이냐’ ‘인터뷰 꼭 하고 싶다’ ‘나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다’ ‘1군에 꼭 올라가고 싶다’ 등의 말은 지금의 내 마음을 대신 말해주는 것 같았다. 간절한 마음이 나와 비슷했다. 나 역시 그들과의 동질감에 방송에서 선수들의 이름이 한 번이라도 더 나갈 수 있도록 이름을 불렀다”고 전했다.
박지영의 심정을 대변해준 퓨처스리그 선수들은 이미 그녀의 동료였다. “다른 팀인데 선수들 모두가 친해보였다. 서로 잘했던 경기를 얘기하면서 기운을 북돋아주고 있었다. 서로의 고민거리도 얘기하면서 다독이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며 그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선수들의 열정과 패기를 본 박지영은 이날 이후 야구의 매력에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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