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강팀이 되기 원한다. 하지만 그 결실은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는다. 치밀한 전략과 장기적인 투자 그리고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갖춘 자에게 그 영광이 돌아간다.
강팀이 되기 위한 조건을 세 가지로 요약해 본다. 더블 포지션이 가능한 야수진의 두터움과 보직구분이 확실한 선수단의 투타조화가 첫 번째다. 두 번째는 안정적인 팀 멘탈의 존재다. 세 번째는 적재적소에 합리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운영 능력이다.
삼성 라이온즈가 꾸준히 강팀의 저력을 유지하고 있는데는 선수단의 두터운 전력과 강한 팀 멘탈의 존재, 장기적인 투자의 삼박자가 모두 갖춰진 결과다. 사진=MK스포츠 DB |
KIA와 두산이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에 그치고 있는 것은 투타 전력의 균형이 완전히 붕괴 됐고, 마운드 보직 구분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장기 레이스에서 선수단의 두터움은 체력관리나 부상 선수의 대체자원 등, 단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어느 팀이건 간에 구심점 역할을 해주는 선수들이 있는데 KIA는 그점에서 중심 선수들이 부상으로 제 몫을 하지 못했다. 더블 포지션이 가능하지 않은데다 마운드도 예상 밖으로 부진하면서 투타 전력이 완전히 무너졌다. 부상은 의외의 변수라 할지라도, 시즌 중 당한 부상은 중심선수로서 책임을 다 하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KIA는 선수단의 두터움이 믿음직스러웠던 팀이기에 충격이 컸다. 불분명한 마운드 보직 구분도 추락을 부른 부분이다.
두산 역시 최근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그간의 축적된 경험을 볼 때 정상에 근접해 있어야 했다. 탄탄한 야수전력을 갖춘 두산의 아킬레스건은 투수쪽이었는데 그걸 다 채우지 못했다. 보직 구분을 정확하게 정하지 못하면서 취약한 부분이 흔들리면서 야수들도 덩달아 흔들리는 약점의 악순환이 이어졌다. 투타간의 서로에 대한 믿음이 굉장히 중요한데 그 점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팀이 많이 흔들렸다.
전력의 두터움만큼 중요한 것은 선수단의 분위기, 팀 멘탈의 건전성이다. 잘되는 팀은 ‘우리는 이길 수 있다’는 분위기가 흐른다. 삼성이 순항하는데는 더블 포지션이 가능한 두터운 자원과 강한 마운드가 기본 조건이다. 거기에 더해 많은 경기를 이겨보고 우승했던 강팀의 이미지와 자부심이 선수단에 분포돼 있다.
더해 선수단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는 최근 더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LG가 예상외로 강한 전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에는 신구 선수의 조화가 크다. 거기에 김기태 감독을 중심으로 한 벤치에서의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역할도 컸다. 필자가 1994년 LG 트윈스 투수코치로 우승했을 당시의 선수단 분위기가 현재 LG에서도 느껴진다. 신구조화가 이뤄진 당시의 ‘신바람 야구’의 분위기가 올해 LG에서도 엿보인다. ‘늘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승리에 매우 크게 작용한다. ‘할 수 있을까’와 ‘할 수 있다’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그런 점은 벤치에서의 역할이 크다. 한화가 잦은 선수 교체와 보직 변경과 이동 등에서의 동기부여를 해줄 수 있는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했던 것도 부진의 한 이유기도 하다. NC가 긴 호흡을 위해, 선수단 팀웍을 저해한 아담 윌크를 2군으로 강등한 것은 굉장히 좋은 선택이다. 민감한 트레이드까지 고려하면서 감독이 선수단의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핵심적이고 적절한 판단을 내렸다. 한화 역시 장기적인 관점에서 팀을 새롭게 만들어가면서 NC와 똑같은 조건에서 팀의 리빌딩을 하는 것이 먼 훗날 강팀이 되기 위한 조건이다.
그런면에서 강팀의 중요한 조건 중 마지막 한 가지는 미래를 예측한 합리적이고 장기적인 프런트의 팀 투자다. 한화의 암흑기는 2군 훈련장이 없었던 가장 큰 문제로부터 시작한 예고된 재앙이다. 프런트는 강팀을 만들기 위해 적재적소에 강한 팀을 구성하기 위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삼성이 꾸준히 강팀의 저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이런 투자가 밑바탕이 됐다. 넥센의 경우에도 그간 어려움을 통해, 선수단 육성이라는 자구책을 마련한데다 트레이드 성공 사례를 통해 활로를 뚫었다. 거기서 다양한 선수들이 성공을 하면서 동기 부여가 충분히 됐다. 합리적인 투자와 판단이 구단을 강팀으로 이끈 경우 중 하나다.
[임호균 前 삼성·LG 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