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박경훈 감독과 제주 팬들의 시선은 간판 공격수 페드로에게 향한다. 그가 불을 뿜어야 지긋지긋한 악연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제주유나이티드가 7월의 마지막 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FC서울을 상대로 K리그 클래식 20라운드 원정경기를 치른다. 여러모로 중요한 경기다.
현재 대세 페드로가 지난해 대세 데얀 앞에서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 그가 불을 뿜어야 제주가 서울전 악연을 끊을 수 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순위 싸움도 그렇지만 제주로서는 자존심 문제기도 하다. 서울만 만나면 철저하게 꼬리를 내렸던 제주다. 16경기 무승, 특정 팀을 상대로 6무10패를 당하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 박경훈 감독은 2010년 부임 후 단 한 번도 FC서울을 꺾지 못했다.
지난 5월 제주에서 열린 올 시즌 첫 맞대결에서는 군복까지 갖춰 입고 ‘탐라대첩’이라는 명명 하에 전쟁을 방불케 하는 자세로 서울을 상대했으나 그때도 4골이나 넣고도 4골을 허용해 4-4로 비겼다. 참 질긴 악연이 아닐 수 없다. 이쯤에서는 정말 끊어야한다. 이겨야한다. 이기기 위해서는 골이 필요하고 그렇다면 현재 제주의 ‘믿을맨’은 페드로다.
시즌을 앞두고 반신반의 속에서 제주에 입단한 페드로는 19라운드에 모두 나서면서 14골을 작렬, 현재 가장 많은 골을 성공시킨 킬러다. 나란히 12골을 기록하고 있는 김신욱(울산)과 이동국(전북) 등 국내파를 따돌리고 득점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팀 합류가 늦어 과연 제대로 몫을 해줄까 걱정이었던 박경훈 감독의 애초 심정을 생각하면 복덩이다.
실상 지난 5월의 맞대결도 페드로가 아니었다면 무승부도 힘들었을 결과다. 당시 제주는 먼저 2골이나 허용하면서 암울했다. 하지만 페드로가 무서운 집중력으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탐라대첩이라는 이름 아래 모였던 제주 팬들에게 뜻 깊은 선물을 안겼다. 하지만, 완벽한 선물은 아니었다. 승리라는 가장 중요한 알맹이가 빠진 까닭이다. 페드로 입장에서도 리턴매치에 욕심이 날 것이다.
더더욱 욕심이 나는 것은, 자신의 ‘경쟁자’인 데얀과의 맞대결인 까닭이다. 한동안 부상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던 데얀이 제주전을 통해 돌아온다. 사실상 선발을 낙점 받았다.
4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데얀은 현재 8골로 득점랭킹 5위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30골 고지를 넘으면서 득점왕 2연패를 달성했던 것에는 미치지 못하는 페이스다. 데얀도 분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결국 지난해 대세 데얀과 현재 대세 페드로의 맞대결이라는 ‘경기 속 경기’도 눈길을 끄는 매치업
함께 공격진을 이끌던 서동현이 대표팀 차출로 체력적인 부담이 있는 터라 또 페드로의 역할이 중요하다. FC서울과의 악연을 끊을 수 있을지, 데얀과의 보이지 않는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페드로를 향한 시선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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