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시카고의 리글리 필드. 한국인 메이저리거와는 참으로 인연이 깊은 곳이다. 과거 최희섭이 시카고 컵스 시절 홈구장으로서 뛰었던 친숙한 경기장이다. 최희섭은 리글리 필드에서 빅리그 데뷔 무대를 가졌다.
그리고 유난히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낭보가 전해지기도 했다. 박찬호가 1996년 4월 7일(이하 한국시간) 한국인 첫 메이저리그 첫 승을 땄던 곳이 리글리 필드였다. 박찬호는 유독 리글리 필드에서 많은 승수를 쌓았다.
그렇기에 리글리 필드는 ‘약속의 땅’이었다. 그리고 2013년 8월 3일 류현진이 첫 발을 내딛은 약속의 땅에서 또 하나의 열매를 맺었다. 한국인 메이저리거로는 최초로 데뷔 첫 해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했다.
류현진은 박찬호가 한국인 메이저리그 첫 승을 거뒀던 리글리 필드에서 한국인 최초로 데뷔 첫 해 10승을 달성했다. 사진(美 일리노이 시카고)=한희재 특파원 |
이로써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21경기 만에 10승을 거뒀다. 한국인 투수로서 가장 빠른 페이스다. 동양인을 통틀어도 역대 5번째로 빨랐다. 이시이 가즈히사(12경기), 다르빗슈 유(15경기), 마쓰자카 다이스케(17경기), 노모 히데오(20경기) 만이 류현진보다 적은 경기에 10승을 기록했다.
류현진의 10승은 여러 가지 역사를 썼다. 데뷔 첫 해 10승을 거둔 동양인 투수는 지금껏 5명에 불과했다. 한국인 투수는 없었다. 가장 먼저 통산 10승을 했던 박찬호도 4년이 걸렸다. 류현진은 동양인 6번째이자 한국인 1번째로 1년차 때 두 자릿수 승리를 했다.
또한, 류현진은 박찬호에 이어 한국인 2번째로 시즌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했다. 박찬호가 1997년 14승으로 한국인 첫 두 자릿수 승리를 했지만, 이후 수많은 선수들이 빅리그에서 뛰었지만 그 대기록을 끝내 이루지 못했다. 김병현과 서재응이 2003년 나란히 9승에 그치며 1승이 모자라 10승 투수로 자리매김하지 못했다.
류현진은 한국인 메이저리거 통산 최다승 순위에서도 6위에 올랐다. 순위는 더욱 끌어올릴 전망이다.5위 김선우(13승)와는 불과 3승차다. 후반기 들어 등판한 3경기에서 모두 승수를 쌓는 등 페이스가 매우 좋다. 추월은 시간문제다. 나아가 4위 백차승(16승)마저 넘보고 있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주요 투수 빅리그 첫 해 성적 | 당시 소속팀
1994년 박찬호(LA 다저스) 2경기 ERA 11.25
1998년 조진호(보스턴 레드 삭스) 4경기 1패 ERA 8.20
1999년 김병현(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25경기 1승 2패 1세이브 ERA 4.61
2000년 이상훈(보스턴 레드 삭스) 9경기 ERA 3.09
2001년 김선우(보스턴 레드 삭스) 20경기 2패
2002년 봉중근(애틀란타 브레이브스) 1경기 1패 ERA 7.50
2003년 서재응(뉴욕 메츠) 31경기 9승 12패 ERA 3.82
2004년 백차승(시애틀 매리너스) 7경기 2승 4패 ERA 5.52
2005년 구대성(뉴욕 메츠) 33경기 33경기 6홀드 ERA 3.91
2006년 류제국(시카고 컵스) 10경기 1패 ERA 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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