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김시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자신의 기록을 깬 삼성 라이온즈 투수 배영수에게 격한 찬사를 보냈다. 대선배로서의 진심이 담긴 극찬이었다. ‘배영수이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있었다.
김 감독은 현역 시절 삼성의 에이스로서 한국 프로야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명투수 출신이다. 김 감독은 롯데로 이적하기 전인 1983년부터 1988년까지 6시즌 동안 111승을 기록했다. 삼성 투수 역사상 최다승 기록이었다. 이후 24년간 이 기록은 깨지지 않았다.
김시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현역 시절 자신이 갖고 있던 111승 기록을 깬 삼성 라이온즈 투수 배영수를 극찬했다. 사진=MK스포츠 DB |
이 소식을 접한 김 감독도 배영수를 향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김 감독은 “기록은 깨지기 마련”이라며 “배영수가 의미있는 대단한 기록을 세웠다”고 치켜세웠다.
김 감독이 배영수의 기록에 큰 의미를 담는 것은 단순한 산술적 수치가 아니다. 2007년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고 지옥같은 재활을 이겨낸 배영수의 인간승리 부활에 의미를 뒀다. 배영수는 재활 이후 2009년 1승12패의 최악의 성적을 내기도 했지만, 150㎞대 구속을 포기하고 제구력으로 승부를 걸어 제2의 야구인생을 열었다.
김 감독은 “배영수는 수술을 하고도 112승을 해냈다. 수술을 했을 때만 해도 과연 재활을 해낼 수 있을까 의심했다. 1~2년 고생을 하더니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냈다”고 극찬했다.
배영수의 짠한 감동에 동요됐을까. 김 감독도 111승 달성 당시 부상을 당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김 감독은 “난 6년 동안 세운 기록이었다. 5년 동안 100승을 달성한 뒤 6년째 4승을 하고 오른손 엄지 골절상을 당해 깁스를 한동안 했었다. 깁스를 풀고 나서 7승을 보태 세운 기록이었다”고 회상했다.
김 감독은 또 다른 불멸의 기록도 갖고 있다. 자취를 감춰버린 20승 고지를 현역 시절 두 차례나 넘긴 유일한 투수다. 1985년 25승, 1983년 23승 대기록을 세웠다. 김 감독도 한 시즌 25승 최다승 기록에 대해서는 “아마 깨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하며 “메이저리그처럼 160경기를 한다면 가능할 수 있겠지만, 지금 128경기를 하면서는 선발 투수가 30~31차례 등판 기회를 갖는다. 25승을 하고 5패나 6패만 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25승 당시 비화도 공개했다. 1985년 당시 25승은 다승 공동 1위 기록이었다. 삼성의 김일융(25승6패)과 함께 다승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김 감독은 “24승을 했는데 개인 타이틀이 없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3일 뒤 OB전에 던지겠다고 우겨서 마운드에 올라 25승을 해냈다”며 빙그시 웃었다. 이어 김 감독은 “난 25승을 하면서 세이브도 10개를 보탰다”며 어깨를 들썩이며 미소를 지었다.
투수의 보직이 불분명했던 당시 47경기에 등판해 대기록을 남긴 김 감독의 역사적 가치는 지금도 어깨를 펴도 될 정도로 대단했다.
삼성 라이온즈 투수 배영수가 지난 8일 대구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서 삼성 투수 역사상 최다승인 112승 대기록을 달성했다. 사진=MK스포츠 D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