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서민교 기자] 윤호영(29, 상무)이 잔뜩 화가 났다. 공식 인터뷰도 거부하려고 할 정도였다. 윤호영은 왜 그토록 뿔이 났을까. 윤호영은 울분을 참지 못하고 터트렸다.
프로 선수들로 구성된 상무가 고려대에 졌다. 상무는 22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3 프로-아마 최강전에서 경기 내내 치열한 접전을 벌이다 종료 직전 역전을 당한 뒤 75-67로 분패했다. 결승전다운 숨막히는 명승부였다.
하지만 윤호영은 웃지 못했다. 아니 잔뜩 화가 났다. 경기 후 공식 인터뷰는 선수들에게 의무다. 프로에서는 벌금도 있다. 윤호영도 알고 있다. 그런데 윤호영은 1차 요청에 거부했다. 윤호영은 한국농구연맹(KBL) 관계자들의 설득 끝에 억지로 기자회견실에 들어섰다.
22일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 아마 최강전 상무와 고려대의 결승전에서 상무 윤호영이 고려대 이종현의 밀착수비를 뿌리치며 골밑을 돌파하고 있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윤호영이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윤호영은 “이슈 만드는 대회도 아니고 이게 뭔가”라며 “마지막에 너무 답답해서…”라며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분을 삭이지 못했다.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이었다. 윤호영은 “정정당당하게 하면 상대가 잘해서 우리가 졌구나라고 생각하고 수긍을 했을 것이다. 이런 기분도 들지 않을 것이다”라며 “마지막에 우리가 뭘 할 수도 없게 파울 콜 몇 번에 그냥 6점차로 벌어져 끝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호영은 “고려대도 억울한 것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소 게임에서 마지막 콜은 분위기를 살고 죽게 한다”며 억울해 했다. 윤호영은 경기 막판 66-64로 앞선 상황서 나온 이종현의 팁인 이후 추가 자유투를 얻은 장면을 꼬집었다. 종료 2분41초를 남긴 상황이었다. 이종현의 자유투는 실패했지만, 분위기는 고려대로 넘어갔다.
윤호영은 “정말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나 뿐만 아니라 우리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했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농구를 살리고 이슈를 만들고 싶은 것은 알겠지만, 스포츠는 정정당당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아마 선수가 이런 얘기를 하는 건 처음일 것이다. 나도 이런 얘기는 처음이다”라며 “좀 많이 힘들다”고 말한 뒤 기자회견실을 나갔다.
고려대의 입장은 어떨까. 이민형 고려대 감독은 “심판 콜은 우리도 마찬가지다. 아마와 프로의 룰이 다른 건지 내가 했을 땐 파울인 것 같은 것들이 불리지 않아 항의를 많이 했다”며 “경기 중에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민감하게 반응한 것 같다”고 말했다.
프로-아마 최강전은 미묘한 자존심이 걸린 경기다. 프로가 아마를 상대로 경기를 해야 한다. 지면 망신이다. 지난해부터 프로 구단 관계자들은 “이겨도 본전인 대회다. 우리는 몸이 제대로 만들어진 상태에서 경기를 하는 것도 아니라서 부담이 크다”라고 입을 모았다.
프로와 아마 농구 16개 팀은 농구 붐 조성을 위해 대회를 추진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자존심이 걸린 대회에서 심판 판정은 자칫 험학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최부영 경희대 감독이 울산 모비스와의 준결승전에서 패한 뒤 심판 판정에 대해 강한 불만을 터뜨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회를 앞두고 농구인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하게 “이번 대회가 최대 이슈가 되기 위해서는 대학팀이 우승을 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라는 얘기도 나왔다. KBL 고위관계자는 대회에 앞서 “작년에도 그랬지만, 상무가 우승을 하는 것이 최악이 아닌가? 대학이 우승을 해야 재밌는 건데…”라며 해서는 안될 농을 던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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