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필요한 순간에 중요한 발자국을 찍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무대라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챙겼으며, 그 무대의 정상을 노리는 강자 맨체스터 시티와의 대결에서 결정적인 포인트를 올리며 자긍심도 가질 수 있었다. ‘스텝 바이 스텝’ 김보경이 또 값진 한 걸음을 내딛었다.
지난 시즌을 챔피언십(잉글랜드 2부리그)에서 뛰다가 소속팀 카디프시티와 함께 1부 프리미어리그로 승격한 김보경이 한국시간으로 26일 새벽에 끝난 맨체스터 시티와의 홈경기에서 후반 44분 교체될 때까지 89분을 소화하면서 3-2 승리의 주역이 됐다. 그냥 오래 뛰었다고 붙인 ‘주역’이 아니다.
김보경이 중요할 때 스스로 불을 밝히면서 비상했다. 강호 맨시티를 상대로도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챙길 수 있었다. 홍명보호 승선을 앞두고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진= MK스포츠 DB |
김보경의 과감한 돌파로 만들어진 이 골로 분위기를 탄 카디프시티는 이후 2골을 더 뽑아내 3-1까지 달아났고, 종료직전 1골을 허용하긴 했으나 결국 3-2로 경기를 마무리하면서 ‘대어’ 맨체스터 시티를 낚아냈다. 51년 만에 EPL로 승격한 카디프시티의 1부리그 복귀 첫 골과 첫 승의 출발은 김보경이었다.
여러모로 값진 수확이다. 개막전에서 웨스트햄에게 0-2로 완패했던 카디프시티 입장에서 2라운드에 만난 맨체스터 시티란 암울한 그림자를 예상케 했던 상대였다. 자칫 그 벽에 또 막혀 2연패를 당했다면 카디프시티의 1부리그 출발은 쉽지 않을 공산이 컸다. 괜스레 ‘레벨의 차이’를 느낄 수 있던 상황이다. 그 위기를 극복하고 두둑한 자신감을 챙길 수 있던 승리였다.
김보경 스스로도 ‘할 수 있다’고 주먹을 불끈 쥘 수 있게 만든 무대였다. 상대는 첼시, 맨체스터유나이티드와 함께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다툴 것으로 전망되는 강호였다. 챔피언십에서 뛰던 김보경이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최상급 플레이어들이 집결된 맨시티를 상대로 도드라진 개인돌파를 성공시켰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카디프시티의 맥케이 감독은 후반 44분 김보경을 벤치로 불러들였다. 승리의 주역에 대한 배려였고 김보경은 홈팬들의 기립박수 속에서 이 경기의 주인공을 알리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었다. 일반적인 선수 입장에서 자주 얻을 수 있는 기회는 아니다. 맨시티전에서 얻은 김보경의 소득은 자연스레 국가대표팀으로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
실상 근래 대표팀에서 김보경의 활약상은 미미했다. 지난 6월 월드컵 최종예선 6~8차전에 소집됐던 김보경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플레이로 적잖은 실망감을 전했다. 당시 팀을 이끌던 최강희 감독에게 측면이 아닌 중앙에서의 플레이를 요구하는 당당한 모습을 보였으나 정작 뱃심만큼의 모습은 아니었다.
6월4일 레바논 원정에서 자신의 바람대로 중앙미드필드로 선발 출전한 김보경은 이렇다 할 활약 없이 후반 39분 교체됐고 이어진 11일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이란과의 마지막 경기(18일)에서는 후반 28분 교체 투입됐다. 대표팀에서의 마지막 기억은 그렇게 초라했다.
요컨대 다른 유럽파들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지던 흐름 속에서 김보경이 스스로 불을 밝힌 셈이다. 홍명보 감독 체제로 바뀐 뒤 유럽파의 첫 소집을 앞둔 상황이기에 맨시티전에서의 ‘한 걸음’은 가치가 더더욱 크다.
마침 홍명보 감독은 27일, 홍명보호 3기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7월 동아시안컵과 8월 페루전에서 국내파와 J리거 중심으로 스쿼드를 꾸렸던 홍 감독은 9월6일 아이티전과 10일 크로아티아와의 경기는 유럽파를 부를 것임을 밝혔다. 머리 속에
런던올림픽 이후 다시 홍명보 감독과의 재회를 앞두고 있는 김보경으로서도 당당하게 승선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됐다. 상대적으로 임팩트는 부족했으나 늘 단단하게 전진하고 있던 김보경이 중요한 순간 다시 ‘한 걸음’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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